그래, 본디 인연은
가위바위보와 같아서 애초
답이란 건 존재치 않지

처음 한 번 생각하면 가위가
또 한 번을 생각하면 바위가
다시 한 번 더 생각하면 보가 나오거든

가슴의 연못에 울멍줄멍 서리 내리면
젖은 새벽 내내
그 가슴 먹먹히 울리는
어느 날인가는

외진 길 홀로 걷되
홀로 걷지 않는 내 곁에 오호라,
그림자처럼 고요히 네가 있어주었구나

네 몫의 어둠을 반으로 나누면
곱절의 무게로 허리 휘지만
기꺼이 짊어지려 입술 즈려물고
두 눈 꼭 감아 한숨 뱉어내던 새벽

한 토막씩 조각조각, 아주 길게

나와 운명의 첫 판 승부는
뱃심겨루다 그럭저럭 파투나기에
무승부라 우겼더니 종국
삼세판 이어진 승부 끝에 필경
운명이 이기고야 말았네

정분은 넘쳐나나 난 그저
떠나갈 뿐이네라,

기왕지사 갈 거라면 차라리
값싼 동정일랑은 않는 게 훨씬 낫지
살면서, 살아가다가 어쩔 수 없는 이별은
언제 어디서 하든 슬픈 법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