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지면
붉게 물감 들어 타오른 하늘
금세 검은 빛깔 묵향 풀어내고

뒤늦게 나온 반달
희끄무레 달무리 만들어
그 검은 하늘 겨우 불 밝혀 떴는데

강이 흐르듯 세월 흐르고
야산이 솟듯 인연 솟아나
그니의 지난 이야기는
하늘에 하이얀 금 긋고 섰다

봄 지샌 여름이거나
가을 거둔 겨울이거나
하늘길로 난 계절 걸어갈 제

문득 하늘이고만 싶었던 시절
하늘 닮아진 꿈만 꾸고팠던 시절
함께 머무는 것만으로도
하늘 끝 닿아지던 꿈

그렇게 하늘인 줄 여겼던 시절
흐르고 흐르더니,
참 열심히도 흘러가더니

곁을 주던 인연 스러지고
오늘은 나 하늘 아래
홀로이 남겨져, 홀로이 버려져

어느새 하늘까지 닿은 그리움
가없는 외로움 젖어 길 간다

어느덧 하늘까지 쌓은 외로움
한없는 그리움 그려 길 간다

먼 먼 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