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촛불,
계절 그림자가
불빛 따라 심하게 일렁이네
촛불이 계절을 흔드는 것인지,
바람이 촛불을 흔드는 것인지,
알 수는 없어라

다만 안즉
분을 못다 푼 구름
거뭇거뭇 하늘 곳곳 돌아치며
촛불자국 닮은 음영을 뿌려댈 뿐,
계절은 고단한 속내
숨기지 않은 채로
하릴없이 안으로만 깊어가는 거였네

그러고보니 계절은
정작 내게 많은 말을 건네진 않았어
흐르다가 그러나 이따금,
보내주는 미소마다 다 의미는 있었어
흘러버린 그리고 마즈막,
웃음에 어떤 의미 담겨있음도 당연해

슬픔조차 속으로 삭여
처연한 기색 완연한 계절
밝히운 촛불로 머리 숙인 건
천만 뜻밖이지만

앞으로 영영
나 살아내야 할 또다른 계절이
나 불밝혀야 할 또다른 촛불이
가득 하늘 아련한 꿈 꾸어
피어오를 그 즈음이면
세상에 변고 고하게 되리

거꾸로 줄서서
바뀌어가는 계절이
본시 진실의 이름이었음을,
겨울 가면 가을이 잇고
여름의 끝자락에서 계면쩍게 웃고 섰는
봄의 이름으로,
촛불의 이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