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리 하얗게 서린 산길 걸어오르다
무연한 시선 들어 널린 계절을 보다

산보다도 훨씬 전 찾아온
내 속의 겨울
하마 한 뼘이나 깊어진 걸 보다

그리고는,
체온 뎁혀줄 따스한 사람 그리워져서
마음 감싸줄 포근한 사랑 그리워져서
영혼 달래줄 평온한 인연 그리워져서

눈 들어, 눈을 들어
산 보다, 하늘 보다, 자연을 보다

어떻게 이다지도 신비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도 완벽할 수 있을까?

바위 있을 곳엔 바위 앉았고
나무 있을 곳엔 나무가 섰고,
억겁계절 흐르는 동안
무수히 흩어졌다 되모였을 풍경이거늘
그렇듯 윤회로 이어왔을 모습이거늘
오히려 더 완벽하지 않는가!

문득,
바람 위로 휘날리는 눈가루
하늘아래서 시작해
하늘끝까지 치닫는 춤사위

어쩌면 저게
세상에서 보는 마지막 풍경일지도 모르지

언뜻,
갈 길 잃어 주저앉은 무서리
하늘 향한 꿈인 듯
하늘길에 찍는 발자국

어쩌면 이게
세상에서 걷는 마지막 걸음일지도 모르지

나의 계절 겨울은
이 날도 처연한 몸부림 하나 들고
제 길 가는 자연에 기대앉아서
소리내어 늙어가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