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스 사부작이
잡초 위로 흰서리 깔리던 북방의 겨울

질긴 사연이 범벅되어 굳어져갈 제
목놓은 외침에 대답이라도 하는 양
모질은 바람 휭 불면서

잡초가 글쎄 파도소리를 냈다 하더구만
울음소리 같기도 한, 어쩐지

밤으로
하늘별 이내 떨어져내릴 듯
흔들거리는 폼이라 여겨
어둠 속에서 이름 모를 밤새가 울면

어머니 머리칼 내음 고스란히 배어있는
파란 헝겊보자기에
돌돌 말은 꿈 매조져서
겨울로 난 골방에 콕 처박아놓고선

그리워 그리워 봄 기다리다가
산짐승 미끼로
제 몸뚱이 던져버린 주제에
그리움은 무슨, 씨도 안먹을 터수거늘

이젠 아예 새도 울질 않아, 게서는
아주 맵찬 겨울이었거든이

들메로 짊어진 눈의 무게가
삶의 덩치만큼이나 하냥 버거워
맨 싸리가지 부러지듯
툭 부러진 시련의 절기, 혹독한 그 겨울

가슴에 묻힌 꿈 행여 녹을세라
손 바닥으로만 두세 차례,
작은 소리나게 톡톡 톡톡톡
하릴없이 두드리며 떠났다 하더이다

그냥 그렇고 그런 모양새로
삭풍에게 온통 적선해준 내 세월
야금야금 갉다보니
나무둥치에 등 붙인 바위 틈 사이
풀잎싹은 어느새 슬금

아마도 그럭저럭 봄이 오려나보이
아쉬운 이 가슴팍엔
안즉 가을도 다 여물지 못했거늘

내가 가을 그리듯 겨울은 그토록
봄만 봄만 기다리누나,
볼 적마다 매양 달라져보여
비록 누추한 얼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