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먹먹한 눈빛과
어제의 허허로운 눈빛 한데 엉킨 채
침묵은 세월 뒤로 슬금 내려앉다

흐르고 흐르는 세월 가에서
빈 가지 물 오르는 소리 들리면
어두운 밤 하늘보다 더 검던 그 침묵은,
새벽 찬 바람보다 더 쓸쓸턴 그 침묵은,

애잔함 섞여 덧없이 지던 그 침묵은,
문득 일어선 어제의 닫힌 입 열어
오늘로 이어지고 섰다

언제나처럼 우린 아무 말 없었구나
허긴 무슨 말 필요할까,
세월 간다는데
겨울 간다는데

이제 어제는 세월로 누리 떠나야 하고
남겨진 오늘은 가득 빛 담아내리라,
가야할 길로 이미 한 발 내디딘 어제는
마음에 봄 한 움큼 선물하고 가거늘

겨울인 오늘 지나다보면,
겨울로 내일 깃들다보면,
지천으로 가느다란 가지 점점이
개나리 노랑 머금어 슬몃 피어날 테고

그렇게 몇 차례 비가 더 오다보면,
그렇게 몇 번의 별이 더 뜨다보면,
쉬이 주체 못해 흐드러지다
아름지게 산들 노랑으로 치장할 게고

그토록 기둘린 세월 못이기는 체
작심한 듯 활짝 손 벌려
혹은 어제처럼,
혹은 오늘같이,
혹은 내일인 양 침묵의 샛길 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