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자유 그리고 자유로움  


  "* 자유 그리고 자유로움"
네번째 가상詩集입니다.

2012년 봄부터 씌여진 詩들입니다.
實驗詩적인 성격의 習作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오늘까지 계속 이어져오는 역사의 章입니다.

처음 詩人의 길에 入門한 이래로
이제껏 40년 이상을 지어온 詩이지만 아직도
정확한 詩의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

판도라의 상자를 가슴에 품어안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풍운아로 떠돌며
詩의 본질을 찾아 헤매고 있는
詩人 林森의 애환이 드러나 있습니다.

林森의 고행은 그래서
지금도 이어져가고 있습니다.
그의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쭈욱 ~~

詩人의 멍에를 天刑으로 걸머지고 있는 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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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요 이쁜 놈 *



시작노트

" 사랑, 요 이쁜 놈 " 詩作 note

문학작품에서 최고로 많이 인용되는 단어가 바로 ‘사랑’이라는 단어다. 시나 소설을 막론하고 가장 자주 다루는 이유를 구태여 들라 하면, 사람의 필생의 감정 중에 단연 으뜸인 섬세함이 바로 사랑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광의의 의미로도 세상의 역사와 문화를 이끌어 온 원동력은 사랑에서 유발된 소치이리라 단정해도 가히 무리는 아닐 게라는 중론이고 보면, 역시 사랑만큼 위대하고 찬란한 단어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제법 거창하게 사랑 예찬론을 펴면서 시작노트를 시작한다. 필자도 사랑을 주제로, 소재로 한 시를 평생 동안 참 많이도 써온 것 같다. 딱히 주제는 아니었더라도 내용 중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은근짜로 끼워놓으면서 슬그머니 부드러운 말미를 꾀하거나, 조금은 달큰한 여운을 억지로라도 유발하려 애쓴 흔적이라도 자주 비치는 걸 보면 사랑 덕을 톡톡히 보아 온 게 사실이다. 정작 실제 사랑이 그만큼 풍부하게, 충족하게 삶에 깃들었다고는 인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사랑을 찾아 삶의 대부분을 헤매 돌았다는 사실은 역시 부인할 수가 없다.

그렇게 일생의 태반을 탐닉하다시피 한 사랑에 대해 아직도 답을 찾지는 못했고, 오늘까지도 그저 입으로만, 글로만 주억거리고 있는 실태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필자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는 마치 연인처럼, 가족처럼, 친구처럼 친근하게 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사랑이라는 이쁜 놈과 함께 잠자리에서 눈을 떴다. 사랑이와 더불어 아침 커피를 마시고, 같이 간단한 체조를 하면서 오늘의 일과를 시작한다. 사랑이 지금도 이렇게 필자의 가슴을 보듬고 있기에 힘을 내서 적막한 세상의 들녘으로 겁 없이 나아갈 태세를 갖추고 있음이다.

세상이 험난할수록, 일상이 버거울수록, 그리고 인정이 메마르고 세파가 드높을수록 간직한 사랑의 힘은 더욱 빛을 발한다. 가슴에 사랑을 품고 사는 사람은 온 누리에 사랑의 향기를 흩뿌린다. 어둡고 음습한 곳을 찾아 구호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사랑이 시키는 일이고, 소외된 이웃에게 기꺼이 손 내밀어 동반자가 되고자 하는 온유함도 사랑의 산물이다. 힘들고 하기 싫은 일에 먼저 나서서 솔선수범으로 임하는 희생과 봉사의 정신도 따지고 보면 사랑에서 비롯됨이요, 온 세상에 평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파괴되는 자연을 되살리고자 애를 쓰는 헌신의 노력도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배워왔다. 사랑하는 법도, 사랑받는 법도, 그리고 사랑을 아끼고 키워나가는 방법까지도, 우리는 정말 자연스럽게, 태어나면서부터 가까운 사람들의 선행과 실천을 보면서 배웠다. 그리고 스스로도 미처 깨우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미 학습과 행적을 반복하면서 버릇처럼 익혀왔다. 그렇게 몸과 마음의 일부분이 되어진 사랑이거늘, 나 보다는 남을 먼저 챙기고 배려하라는 사랑의 가르침을 진작부터 깊숙히 인지하고 있었거늘, 어찌 자신의 이익과 명분만을 위해서 남을 시기하고 질시하며, 근본부터 인정하지 않고 몽니를 부리는 일에 서슴치 않고 나서는지, 철면피들이 횡행하는 작금의 세태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릴 때가 많다.

목하 선거철이 다가온다. 보통 사람들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많은 경력과 우수한 학벌, 그리고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는, 소위 지도자급의 인사들이 호시탐탐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는, 이른바 밀림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정정당당한 승부나 유권자를 향한 제대로 된 공약을 제시하여 표심을 획득하는 선거의 기본은 이미 오래 전에 깡그리 무시되어버리고, 지금은 그저 물고 뜯고 할퀴면서 밧다리 후리기로 상대방을 진흙창에 어떻게 근사한 모양새로 처박느냐 하는 것이 관심의 초점이 되어진 듯 하다.

그네들에게 국민의 안녕과 복지는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본인만 최고이고,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그 자리에 서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각오와 집념으로 안하무인의 행태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는 꼴사나운 상황이 너무나도 서글프고 우울하다. 물론 모든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구제불능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초록은 동색이라고, 어쩌면 그 판에 휩싸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인성이 변질되어 가고, 그나마 갖고 있던 자그마한 의식이나 판단력도 흐려지게 되는가 본데 그네들은 그걸, 그 간단한 진리를 결코 알지 못한다.

권력이란 것이 대관절 무엇이기에 그렇게 치열하고 처절한 투쟁으로 자신의 영혼조차 파멸시키면서 까지 차지하려고 하는 걸까? 허기사 애저녁에 가능성도 없었겠지만, 그러고 보면 그동안 수많은 유혹 가운데에도 정치 쪽으로 빠지지 않고 살아온 필자의 선택이 탁월했었다고 스스로에게 가점을 주면서, 뿌듯한 마음에 슬금 썩소를 지어본다. 이제 세상이 아무리 험해도 알 바 없는 그들만의 리그는 조만간 그 거대한 판을 벌일텐데, 과연 이번에는 누구를 골라 필자의 대변인을 삼을지 갈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너무 오래 우중충한 생각에 몰두해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정신 차리고 밝고 맑은 이야기 쪽으로 선회해보자. 순간 순간 어떤 생각 속에 머무르느냐가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 ‘나는 안 돼’.라는 생각을 한 번 품으면 그것은 마음 깊숙히 녹음되어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불쑥 튀어나와 자신을 방해한다. ‘나는 안 돼.’ ‘나는 못해.’ 하고 주저앉은 그 자리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두운 감정을 이기는 길은 생각을 지우고 마음을 달리 먹는 것 뿐이다. 그 생각만 지우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도 지옥으로 만드는 것도 우리의 생각이다. 결국 자기 자신의 생각이 자신과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봄의 햇살이 찬란하게 빛나는 아침이다. 온 세상에 축복과 행운을 가져다 줄 신의 선물이다. 문득 오래 전 방랑의 끝에서 감동으로 전해졌던 인사말이 생각난다. “나마스테!” 즉, “당신의 마음 속 신에게 경배합니다.”

처음 보는 외지인이라서 그런지 말하기도 쑥스러운 목소리로 건네던 인사말, 마르고 까만 얼굴에 하얀 이 드러내면서 만면에 웃음 가득하던 히말라야 고산족들, 쓰러져 가는 움막같은 어두운 집들 가운데에서도 맑은 눈동자 빛내던 아이들의 고사리 손등이, 이름 없이 고산에서 피어나는 꽃들 같아 가슴 뭉클하게 하던 그 나마스테, 그 말의 이파리들을 혀 밑으로 되뇌일 때마다 설산의 흰 구름처럼 신에게 경배하던 경건한 인간들의 얼굴과 눈빛이 떠오른다.

‘나마스테(Namaste)’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신에게 경배합니다’ 라는 뜻이며 타인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 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조금 새삼스럽긴 하지만 경건하게 나마스테로 인사를 나누고 싶다. 우리의 말들이 아픈 파편이 아니라 고산의 꽃들 같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이다.

하늘은 우리에게 몇몇 사람만을 사랑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가슴을 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소유와 명예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큰 가슴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래서 사람은 결혼을 해도 외롭다. 자식이 있어도 외롭다. 몇몇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만족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온 인류를 사랑하고 하늘을 사랑할 수 있을 만큼 크고 따뜻한 가슴이 있다. 그 크고 따뜻한 사랑을 나누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고 외로운 것이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는 혼의 기쁨을 추구해야 한다. 크고 따뜻한 가슴 속의 측은지심으로 혼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가슴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는 혼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다. 가슴이 죽어버리면 내 마음을 나도 모르는 신세가 된다. 가슴이 죽은 사람은 자기 몸을 컨트롤 할 수 없고, 자기 감정을 어쩌지 못해서 감정에 끌려다니게 된다. 가슴이 살아있는 사람만이 스스로의 삶을 조절할 줄 알며, 당당한 자신의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언젠가 책에서 읽은 인디언들의 생활 방식 중에 이런 것을 본 적이 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아주 먼 길을 단숨에 달려가는 일이 결코 없다고 한다. 달리다가 가끔씩은 말에서 내려 지금까지 자기가 달려온 곳을 한참 동안 바라보면서 사색에 잠긴다고 한다. 그러고는 다시 말에 올라타 갈 길을 재촉한다는 인디언들. 그 이유는, 앞만 보며 너무 빨리 달려가느라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했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도 당장 뒤돌아 볼 일이다. 너무 빨리만 달려가느라 지금, 세상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현실이라는 수많은 벽들과 부딪치느라 지금, 더없이 귀한 것들을 함부로 내동댕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바로 우리의 영혼이 아닌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아니, 너무 정해진 것들이 많아 일정한 틀을 벗어나고 싶은지도 모른다. 꼭 이 길을 가야만 하는 게 아닌데, 사람들은 이 길을 가야만 인생이 성공하는 것처럼 말한다.

사랑도 인생도 모든 게 틀이 있는 것은 아닌데, 마치 짜맞추기 시합이라도 벌이는 듯 하나를 향하여 달리기 경주를 하는 것 같다. 인생은 퍼즐과도 같은데, 순간 순간이 소중한 퍼즐 한 조각인데, 한 조각이라도 빠지면 퍼즐은 미완성이 되고 말지만, 반드시 인생이라는 것이 완성되어야 할 퍼즐 게임도 아니지 않는가? 시간과 경주를 벌이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자신을 내어던진다? 인생은 그게 아닌데, 조금 늦게 가면 어떠랴. 가다가 들꽃 향기도 맡아보고, 가다가 파아란 하늘에 양떼구름도 보고, 서녘의 바람 냄새도 맡아 보는 거지, 그게 인생이니까 말이다.

요즘은 ‘엔큐(NQ· Network Quotient· 공존지수. 네트워크지수)’라는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공존지수란,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운영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을 재는 지수다. 공존지수가 높을수록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쉽고, 소통으로 얻은 것을 자원으로 삼아 더 성공하기 쉽다는 개념이다. 물론 내가 속한 집단은 잘 되고, 다른 집단은 소외시킨다는 ‘패거리’ 개념이 아니라 서로 잘 살도록 도와야 한다는 이타적 개념에 가깝다. 그 ‘공존지수를 높이는 18계명’이 있어서 요약해본다.

우선 ‘지금 힘이 없는 사람이라고 우습게 보지 마라.’라는 말이다. 나중에 큰 코 다칠 수 있다. 다음은 ‘평소에 잘해라.’이다. 평소에 쌓아둔 공덕은 위기 때 빛을 발한다. 그리고 ‘네 밥값은 네가 내고 남의 밥값도 네가 내라.’이다. 기본적으로 자기 밥값은 자기가 내는 것이다. 남이 내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충고다. ‘고마우면 고맙다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큰 소리로 말해라.’도 명심하자. 입은 말하라고 있는 것이다. 마음으로 고맙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사가 아니다. 남이 내 마음 속까지 읽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리고 ‘남을 도와줄 때는 화끈하게 도와줘라.’이다. 처음에 도와주다가 나중에 흐지부지하거나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 괜히 품만 팔고 욕먹는다. 다음은 ‘남의 험담을 하지 마라.’이다. 그럴 시간 있으면 팔굽혀 펴기나 하는 편이 더 낫다. ‘회사 바깥 사람들도 많이 사귀어라.’는 말도 잘 기억하자. 자기 회사 사람들하고만 놀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 그리고 회사가 나를 버리면 졸지에 나는 고아가 된다. ‘불필요한 논쟁을 하지 마라.’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회사 돈이라고 함부로 쓰지 마라.’ 사실은 모두가 다 보고 있다. 내가 잘 나갈 때는 그냥 두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 이유로 잘린다.

다음은 ‘남의 기획을 비판하지 마라.’이다. 내가 쓴 기획서를 떠올려 보면 된다. 나라고 해서 엄청난 작품을 만들었던 건 아니다. ‘가능한 한 옷을 잘 입어라.’ 외모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할인점 가서 열 벌 살 돈으로 좋은 옷 한 벌 사 입으면 한결 모습이 좋아 보일 것이다. 그리고 ‘조의금은 많이 내라.’이다. 부모를 잃은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엾은 사람이다. 사람이 슬프면 조그만 일에도 예민해진다. 몇 만원 아끼지 말자. 나중에 다 돌아온다.

‘수입의 1퍼센트 이상은 기부해라.’ 그러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얼굴이 핀다. 다음은 ‘수위 아저씨, 청소부 아줌마에게 잘해라.’이다. 정보의 발신지이자 소문의 근원일 뿐 더러, 내 부모의 다른 모습이다. ‘옛 친구들을 챙겨라.’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드느라 지금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재산을 소홀히 하지 말자. 정말 힘들 때 누구에게 가서 울겠는가? 그리고 ‘너 자신을 발견해라.’이다. 다른 사람들 생각하느라 나를 잃어버리지 말자.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혼자서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은 나중에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추억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마음껏 즐겨보자. 마지막으로 ‘아내(남편)를 사랑해라.’이다. 나를 참고 견디니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 조금 유치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이 열여덟 가지를 꾸준히 실천한 당신, 당신은 가장 인기가 좋은 성공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는 말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그냥 가볍게 치부해버리고 말, 삶을 빛나게 할 팁이라고 여기면서, 필자도 한 가지씩 기억하며 일상을 풀어나갈 작정이다.

하루를 지내면서 온갖 잡스런 성가심과 짜증을 잔뜩 묻힌 채로 우리는 잠자리에 들 때가 많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모든 것이 고마운 일이다. 자녀가 부모인 당신에게 대들고 심술을 부린다면, 그건 아이가 거리에서 방황하지 않고 집에 잘 있다는 뜻이고, 내야 할 세금이 있다면 그건 내가 살 만하다는 뜻이고, 옷이 몸에 조금 낀다면 그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뜻이다. 닦아야 할 유리창과 고쳐야 할 하수구가 있다면 그건 나에게 집이 있다는 뜻이고, 빨래 거리, 다림질 거리가 많다면 가족에게 옷이 많다는 뜻이고, 가스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면 그건 내가 지난 겨울을 따뜻하게 살았다는 뜻이다.

정부에 대한 불평불만의 소리가 많이 들리면 내게 국가가 있고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뜻이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누군가 떠드는 소리가 자꾸 거슬린다면 그건 내가 들을 수 있다는 뜻이고, 주차장 맨 끝 먼 곳에 겨우 빈 자리가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걸을 수 있는 데다가 차까지 가졌다는 뜻이다. 온 몸이 뻐근하고 피로하다면 그건 내가 열심히 일했다는 뜻이고, 이른 아침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깼다면 그건 내가 살아있다는 뜻이다.

오늘 하루 무언가 날 힘들게 한다면 내가 다 부족한 탓이리라 생각하자. 그러면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을 것이다. 인생은 짧고 진정한 친구는 많지 않으나 내게 이런 말을 해주는 친구가 있고, 또 이렇게 전달할 마음 가는 이웃이 있기에 행복한 거라고 여기자. 필자도 역시 떠도는 나그네처럼 피안이 그리운지라, 목마른 세월을 안고 살다가 맑은 물방울로 목을 축이며 누군가를 마음으로 사랑하고 싶은 날이 있다. 서로 마음의 위로를 받으면서 행복의 커다란 우주를 생각할 정도로, 누군가를 애타게 사랑하고 싶은 날이 있다.

혼자 길들일 수 없는 밤이면 전화를 걸어 자유로운 목소리로 허전한 가슴에 따스한 사랑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고, 만나면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아 술잔에 서로의 마음을 띄워 마시며, 가슴에 궤도를 도는 그런 사람을 만나 잠시라도 기쁨이 넘쳤으면 좋겠다. 인생에서 한 슬픔이 다른 슬픔을 만나, 내 삶에 이미 찾아들어 있는 어떤 기별이 채워진 술잔의 마음을 마시는 동안, 하얀 국수 가락에 마음 둘둘 말아 가슴에 넣는 것을 사랑스럽게 서로 바라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날이 있다.

바라보면 볼수록 모두가 마음 깊이 들어와 녹슬은 말초 신경에 싱그런 풋내가 들고, 손 끝에 기어 오르는 무게 만큼 실핏줄에 피톨이 뛰게 하는 사람, 벌겋게 피어오르는 불 담긴 화로처럼 가장 외로운 상처를 지닌 누군가를 만나 가슴이 뜨거운 사랑을 하면서, 지난 상처를 잊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그렇게 막연한 그리움에 젖어들다가도 어느 순간 주변을 돌아본다.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스스럼 없이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가슴이 철렁! 할 정도로 반갑고 정겹다.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랑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오늘은 작심하고 필자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별고 없이 잘 지내시는지? 건강은 하시는지? 산과 들에 퍼지는 봄기운을 느끼면서, 계절이 변함에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깨달으면서, 이 넓은 세상에 내 삶을 염려하며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안부를 물어보고픈 사람들이 또한 많이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큰 힘이 되는지, 이 삭막한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람들에게 사랑 가득 담긴 인사를 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행복의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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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하니 보자하면
오슬오슬 소름이 돋아,
해서 아니보자니
질퍽질퍽 한숨이 나와,
갈팡질팡 발길 헤매는 거라
그래, 문제는 사랑이었구나

사랑, 요 이쁜 놈

심사 뒷켠 조신하게 주저앉아
대놓고 능갈을 치는데
시큰둥 눈칫밥 석삼년에
밉깔스레 비웃음만 늘었어라, 헤벌쭉-

세상 대명천지에
사랑보다 이쁜 놈 어디 있으랴만

하릴없이 전혀 아닌 척,
애저녁에 아예 다른 척,
부산맞도록 분주커나 말거나
실없이 뭉때리다가는
필시 죄 들켜버린 속내

사랑이란 본시 절로 흐르니
굳이 사랑하려
애쓸 필요가 없음이라,
그리 멀지 않은 어딘가
은근짜 감춰놓은 속내

그대 이쁜 얼굴 가득
여전히 따습게 빛내고 서서
야금야금 이 몸 속내 파먹고 사는
사랑아, 어여쁜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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