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요양원 돌고 돌아 " 詩作 note

새 해 첫 시로 선정하기에는 좀 모양 빠지는 걸까? 벽두부터 궁상떤다고, 차마 우중충하다고 손가락질 하려나? 다른 이들처럼 전문가답게 무게 좀 잡고, 거시적인 권두시나 건설적인 제언시 정도를 선정해서, 멋드러진 시작노트로 장식하며 쌈빡하게 시작할 걸 그랬나? 그래도 다시 한 해를 시작하는 아침이거늘... 무술년 새 해가 시작되었다. 다사다난으로도 다 표현하지 못할 엄청난 사건 사고들을 품어안고, 꼬리도 자르지 못한 채 정유년 묵은 해가 저물고, 어찌어찌 황금 개의 태양이 떠올랐다.

복잡한 삶의 흔적을 상처처럼 새기고 그 위에 덧칠하는 심정으로 시작하는 개인적으로나, 해결해야 할 과제를 산더미처럼 짊어진 채 무거운 한숨으로 시작하는 국가적으로나, 갈등과 분쟁을 운명인 양 받아들이며 버릇처럼 드러내는 발톱으로 시작하는 국제적으로나, 참 갈 길이 멀고도 지난하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가 어차피 갈 길이고, 꼭 가야만 하는 길인 것을.

내키지 않더라도 먼저 손 내밀어 화해와 협력을 제안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양보와 겸손을 실천하면서, 조심조심 한 발씩 걷다보면 혹여 우리가 염원하는 평화가, 우리가 갈구하는 번영이, 그리고 우리가 진실로 바라마지 않는 행복이 고난의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그 믿음 있어서 오늘을 또 산다.

그리고 그렇게 필자가 살아가는 오늘의 삶 위에, 새로 시작하는 새 해라 할지라도 꼭 안고 가야 할 가슴의 상처가, 마음의 숙제가, 영원의 고백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 깊은 속내를 토로한다. 정유년의 마지막 날에, 무술년의 첫 날에, 필자는 세상에 다시 없을 효자 아들과 더불어 일상처럼 요양원을 찾았다. 어차피 이제는 남편도,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반복해서 물어봤자 본인의 이름 석자를 외지도 못하지만, 누구 말마따나 ‘그니가 날 못 알아보더라도 내가 그닐 알아볼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니겠는가?’ 그런 심정으로 주섬주섬 발길 놓는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약이 되어있지 않고, 얼마나 자주, 얼마나 길게 찾아주어야 한다는 규정 없기에 차라리 너무도 미안하고 안타까워, 돌아나올 적에는 발걸음 잘 떨어지지 않지만, 그럭저럭 시간내서 찾아준다는 생색을 스스로에게 비치면서, 마음으로나 위안 삼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괜스레 속으로 찔려 남 몰래 콧등에 침 바르다가, 평생을 못난 필자의 뒷통수만 바라보면서 사랑이 고파서, 관심에 목말라, 결국은 자신만의 평화로운 세상으로 안주해버린 그니의 한스런 삶이건대, 이제사 과시 얼마나 이해한다고, 지금 와서 어느 정도를 알게 되었다고 알뜰살뜰한 척 하는지, 실은 가증스럽고 거짓투성이인 자신에게 언뜻 돌팔매질 하고 선다.

더도 덜도 아닌 이게 바로 필자의 오늘이다. 바로 필자의 새 해다. 오늘의 화두이며 새 해의 삶이다. 그래서 필자는 기꺼이 새 해의 첫 시를 그니에게 보낸다. 용서를 빌며, 용서를 빌며, 감히 용서를 빌면서 그니의 세상으로 난 작은 문을 노크한다. 비록 아무런 칭찬도 위로도 되돌려 받을 수는 없겠지만, 반가운 듯 얼굴에 웃음 담으며, 잠시라도 눈 떠 반짝이는 눈동자 보여주는 걸로 필자는 만족하련다. 그냥 그 자리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지금 그 모습 그대로라도, 언제까지라도 변함없이 머물러 있어주는 걸로 필자는 더 바랄 것이 없음이다.

물론 때로는 살기가 버거워, 만만치 않은 일상들이 어깨를 짓눌러, 간혹 예정되어있던 방문을 연기하거나 건너뛸 때도 더러 있다. 그리고 그럴 적마다 나름대로 적절한 핑계거리를 장만해서 스스로에게 제시를 하면서 합리화를 시키곤 한다. 너무도 무겁고 중한 약속 때문에, 아주 긴급을 요하는 사안 때문에 이번엔 못가도 할 수 없지, 하면서 필자의 행동에 정당성을 빌려주기도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무거운 짐들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삶의 여정을 걸어간다. 숙명처럼 이어지는 고뇌와 멍에는 죽는 순간까지 우리들을 고단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차피 삶은 고해라 했던가! 이 험한 바다에서 헤엄치며 풍랑과 맞서 싸워 이겨야만 하는 것이다. 필자의 빈궁한 삶에서 물론 걱정과 근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어찌 이것 뿐이랴만, 그래도 다른 어떤 고난이나 역경은 전진하는 행보의 벗이라 여기며 너끈히 헤쳐나갈 자신이 있다.

다만 어떤 힘이나 노력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이 업보를 감당할 자신이 어느날, 지금보다 무디어질까 두려워 작은 바늘 쥐고 가슴팍 헤집어본다. 정신 바짝 차리고 반성하며 살아가라고 내심으로 목청 돋우어 호령한다. 아울러 조금씩 나태해질 때마다 권면과 격려를 건네는, 충고로 일깨워주는, 훌쩍 자란 막내아들의 대견스러움도, 오늘 힘을 잃지 않는 원천이 되고 있음을 슬몃 고백한다. 필자에게 남은 삶이 얼마일 지 모르지만, 끝까지 잡은 손 놓지 않고 내일의 꿈을 바라보며, 그리 살리라. 하늘 올려다보며 새 해의 첫 다짐으로 얹는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없다. 본인의 삶만 궁핍하고 실패의 연속이라 여겨 한스럽고 저주스러운데 반하여,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행복하고 성공한 듯 보여 부러워하거나 샘을 내기도 하지만, 입장을 바꾸어보면 누구든 하나같이 자신의 삶에 불만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현재 삶의 모습 이상으로 중요한 분량의, 미래에 찾아올 꿈과 행복의 분량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이 쯤에서 접고, 이제 또 세상 사는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올 한 해를 멋지고 모범되게 살기 위한 마음가짐을 다잡아본다는 의미에서.

오래전 미국의 ‘보스턴’시에 살던 꿈 많던 청년 ‘스트로사’는 사업자금을 빌리기 위해 ‘바턴’이라는 부자를 찾아가 2천 불을 빌려달라고 했다. 갑자기 찾아온 청년의 말에 바턴은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청년에게는 담보로 내놓을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가진 것은 오직 패기와 열정뿐이었다. 하지만 바턴은 그 청년의 패기를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주변 사람들은 만류했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에게 투자하는 마음으로 선뜻 무담보로 2천 불의 거금을 빌려준 것이다.

그리고 바턴의 무모한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트로사는 사업에 크게 성공하였고, 충분한 이자와 함께 부채도 갚을 수 있었다. 이 일이 있은 지 10년 후에 세계적인 대공황이 왔으며, 바턴이 운영하던 회사도 도산할 지경이 되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스트로사는 바턴을 찾아와 물었다. “선생님, 현재 갚아야 할 부채가 얼마나 되는지요? 이번에는 제가 그 금액을 드리고 싶습니다.”

스트로사의 말에 당황한 바턴이 말했다. “아니, 오래전에 당신에게 빌려준 2천 불은 다 갚지 않았습니까?” 이 말에 스트로사는 바턴에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빌려주신 돈은 지난 시절 모두 갚아 드렸지만 제게 도움을 주셨던 그 은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때의 2천 불로 장사를 해서 오늘 이렇게 큰 부자가 되었는데, 이것은 돈으로 갚아진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덕분에 바턴은 재기할 수 있었고, 이 두 사람은 모두 사업에 크게 성공했다.

세상에는 돈이 최고라 생각하며 다른 가치보다 우선시할 때가 있다. 하지만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이 있다. 특히 누군가에게 큰 은혜를 받았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 은혜를 미처 깨닫고 있지 못하고, 잊어버리거나 넘어갈 때가 많다. 마치 우리가 부모님에게 생명을 받고, 인생을 받고, 성장을 받았지만, 그 고마움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보이지 않는 귀한 것들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은혜를 갚는 것보다 더한 의무는 없다.

무엇보다도 크고 거룩한 은혜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부모님의 은혜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커서 감당할 여력이 없어서인지 우리는 걸핏하면 그 은혜를 망각하거나 간과할 때가 많다. 바라기에는 올 한 해는 늘 잊지 않고 우리 부모님의 넓고 무한한 은덕과 희생을 감사하며 기리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꿈꾼다. 옛날 어느 마을에서 새로 부임한 원님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저잣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는 중 어느 작은 초가집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잠시 가던 길을 멈추었다.

“어머니. 아, 하세요. 밥 한 숟가락 드립니다. 다시 아, 하세요. 나물 반찬 드립니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네요. 하늘은 파랗고 뭉게구름이 조금 흘러가고 있습니다. 자, 아, 하세요. 이번에는 생선 반찬 드립니다.” 원님이 그 초가집을 몰래 들여다보니 한 청년이, 앞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에게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설명하면서, 생선의 가시도 정성스럽게 발라 어머니의 식사 수발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감명을 받은 원님은 효자 청년에게 큰 상을 내렸다.

그런데 마을에 앞이 안 보이는 어머니가 있는 또 다른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은 불편한 어머니를 조금도 모시지 않는 불효자였지만, 자신도 상을 받고 싶은 욕심에 거짓 효도를 열심히 했다. 그렇게 또 다른 효자의 소문을 들은 원님은 다시 정체를 숨기고 불효자 청년의 집을 들여다봤다. 원님의 방문을 눈치챈 불효자는 더욱 열심히 어머니를 모셨다. 그런데 원님이 바라보는 가운데 어머니가 뜻밖의 말을 했다.

“아들아. 예전의 너는 앞이 안 보이는 어미를 보살피지 않고 살더니 지금은 이렇게 어미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가 되었으니, 이제 내가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거짓 효도를 들킨 불효자 청년은 원님을 속였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하지만 원님은 불효자에게도 같은 상을 내렸다.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들에게 원님이 말했다. “효도는 흉내만 내도 좋은 것이다. 비록 거짓이었다고 해도 부모가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하게 해드렸다면 그 또한 훌륭한 효도이니라.”

결국 이 불효자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그 뒤에는 진짜 효자가 되었다고 한다. 효도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받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효도를 하고 있다고 만족해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어떻게 느끼고 기뻐하실 지를 생각해야 한다. 받는 사람의 기쁨과 행복을 위해 행하여야만 진정한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천하의 모든 물건 중에는 내 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다. 그런데 이 몸은 부모가 주신 것이다.” 이 말은 ‘율곡 이이’의 말이다.

몇 해 전 어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상담을 하러 왔던 기억이 난다. - 저는 혼자서 자취를 하는 대학생입니다.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내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대학생 중의 한 명입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정말 다양한 손님을 다 만나게 됩니다. 일주일 전에 산 물건을 가져와서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환불해 달라는 손님. 다른 편의점에서 산 물건을 여기서 반품해 달라는 손님. 없는 물건을 무조건 찾아와서 팔라고 고집부리는 손님. 편의점 물건은 비싸다고 깎아달라는 손님.

이런 손님들보다 더욱 싫은 손님은 술주정하는 손님입니다. 소리를 지르고, 주먹을 휘두르고, 물건을 집어 던지는 손님에게는 짜증이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그저 너무 무섭습니다. 그래서 저는 술이 싫습니다. 마시지도 않습니다. 어느 날 밤, 술에 거나하게 취한 아저씨가 손님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날은 하루 내내 감기 기운에,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술에 취한 아저씨 눈에도 제가 이상한 것이 보였나 봅니다.

“어? 학생 왜 그래? 어디 아파?” “감기 기운이 좀...” “에이! 그럼 진작 말하지!” 아저씨는 감기가 옮는 것이 싫었는지 저를 쳐다보고는 나갔습니다. 아저씨가 저에게 짜증내는 것이 조금 기분 나빴지만, 큰 소리 내지 않은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조금 전 술 취한 아저씨가 다시 편의점으로 들어왔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숨도 조금 헐떡이는 모습에 저는 긴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감기약을 저에게 내미는 것이 아닙니까? 너무 뜻밖의 상황에 당황하고 얼떨떨해진 저는 그만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울지만 말고, 이거 마셔. 젊은 아가씨가 자기 몸 하나 잘 챙기고 다녀야지!” 걱정인지, 충고인지, 꾸중인지 알 수 없는 아저씨의 말이 마치 아버지가 말하는 것 같아서 저는 더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학생이 누군지 모르지만, 학생도 부모님에게는 소중한 딸이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니까,아프지 말고, 울지 말고, 이거 먹고 빨리 힘내.” -

지금은 편의점에서도 상비약은 취급을 하지만 몇 해 전에는 약국에 가야만 기본적인 약도 구매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의 이야기다.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들 중에 70% 이상이 잘못하지 않은 일에 사과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폭언과 욕설에 시달리는 텔레마케터 중 한 직장에 6개월 이상 버티는 사람이 5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수많은 판매, 영업, 서비스 업종의 사람들에게 ‘손님은 왕이다.’ 라는 말이 금과옥조처럼 강요되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의 진정한 뜻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에서 손님을 생각하고 모셔야 한다는 뜻이지, 손님이 특권을 요구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세상에 뿌린 선의는 돌고 돌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온다. 날씨가 무척이나 추운 날이기에 아름다운 사랑의 온기로 이 세상을 더욱 채워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세상의 어떤 선행도 그 자체로 끝나지는 않는다. 하나의 선행은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진다.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노력은 특별한 몇 사람의 힘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행복을 원한다면 우리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플라톤’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이다. 우선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가 요구된다. 그리고 ‘자신이 자만하고 있는 것에서 사람들이 절반 정도밖에 알아주지 않는 명예’도 있어야 한다.

또한 ‘겨루어서 한 사람에게 이기고 두 사람에게 질 정도의 체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연설을 듣고서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말솜씨’가 겸비되면 좋다. 플라톤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들은 완벽하고 만족하는 것, 결국 도달하고 완수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금보다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하루, 서로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며 함께 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법륜 스님’은 말한다. “손에 든 찻잔이 뜨거우면 그냥 놓으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뜨겁다고 괴로워하면서도 잔을 놓지 않습니다.”

저녁에 달리는 버스 안 승객들은 모두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퇴근하는 직장인들, 학교와 학원 수업을 마친 학생들까지... 그렇게 모두 조용한 버스 안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좌석에 앉은 여고생과 기둥을 잡고 서 있는 할머니가 자리 양보 때문에 가벼운 언쟁을 나누고 있었다.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아이고, 학생. 됐어. 나 아직 튼튼해.” “그러지 마시고 여기 앉으세요.” “정말 괜찮아. 그런데 학생은 몇 학년이야?” “고등학교 3학년이요.” “우리 손녀하고 같은 학년이네. 학생도 공부한다고 힘들지. 그냥 앉아 있어.” “할머니. 오히려 제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그냥 여기 앉으세요.” “그럼 내 가방이나 좀 들어줘.”

할머니가 여고생의 무릎 위에 자신의 가방을 척 올려버리니 여고생도 그것을 치우고 일어나버리기에는 조금 뻘쭘한 상황이 되었다. 경험 많은 어르신답게, 노련하게 학생을 제압해버린 할머니는 학생 무릎 위에 놓인 자신의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 내밀며 말했다. “학생, 이거 우리 아들이 준 홍삼진액인데 하나 먹고 힘내. 젊은이들이 힘차게 잘 살아야, 우리 같은 노인들도 편하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거야.”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다. 배려는 한 쪽이 일방적으로 건네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누군가를 돕고 베풀고 사는 인생은 손해 보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러했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그러하듯이, 누군가와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것이다.
예컨대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다. 올 한 해는 모두가 어울려 화합하면서 함께 행복한 세상이기를 바라며, 새 날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