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랑은
오직 감동으로 빚은 것이라
쓸쓸함 밀려오는 언덕에 서면,
기왕지사 계절도 한껏 쓸쓸한 가을이라면,
우리 모두는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
그저 쓸쓸한 웃음 띈다

혹여 쓸쓸타 하여 감동일랑 제껴두고
사랑입네, 사랑입네, 사랑 뿐이네,
빈 가슴은 숨기운 채 머리로만 주워섬겨
환한 얼굴 보일 양이거든
차라리 눈도 감고, 숨도 멈추고,
그저 죽은 듯 쓸쓸케 보이리라, 그리

가을이 온다는 건 어쩌면
참 쓸쓸한 이야기라서
소슬바람 일렁이는 창밖 나무그림자 보이면
간혹 쓸쓸한 상념에 흠뻑 젖기도 하겠지만

문득 쓸쓸함 느끼기도 전
하마 훌쩍 떠나가는 그 가을로 인해
더더욱 쓸쓸한 감동에 겨우면
눈물처럼 한숨처럼 쓸쓸한 미소나 흘리겠지만

그래도 사랑이라는 제목 하나
메마른 삶의 터에 소중히 심어놓았다면
비록 짧디짧은 이 가을
심장 바삐 타오르는 순간까지
쓸쓸한 만추의 소망 닮은 싹 자라게 하리라

먼 언제 적 그 시절,
동심 여물던 가을녘 시냇가
검정고무신 한 짝 숨겨
송사리 한 마리 소중히 담았거늘 그예
팔딱이는 몸부림으로 여울목 찾아 돌아가면

해거름 쓸쓸한 동구밖 에움길
불어터진 종아리에 진흙 그냥 묻힌 채
서둘러 사립 찾는 종종걸음
밥 짓는 솔연기 모락 피어오르는
초가지붕 이엉 우로 석양텃새 스며들어
쓸쓸함에 관한 고찰 읊조린다

나의 가을은 그때 이미
그토록 쓸쓸한 감동으로 시작되었었지
나의 가을이 오늘 이제
이토록 쓸쓸한 사랑으로 저물어가듯이

쓸쓸하게, 쓸쓸하게, 쓸쓸하게
쓸쓸한 노래 흥얼거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