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히 결론 고백컨대,
고향은 필시 나의 동경이 아니네
고향은 정작 나의 상처만 헤집네

자나 깨나 오매불망
깊은 속내 절절이 그리웁던
간절한 맘 곱다이 담아두던
고향, 고향의 머릿결 냄새,
고향의 실핏줄 소리, 아!
고향의 그 쫄깃한 염통
만져지는 느낌, 팔딱 파알딱

나를 살게해 준, 오늘 있게해 준
고향의 달착지근 아릿한 맛

어느 늦은 봄날 사건 발생할 줄이야,
약속인 듯 삶의 길잡이가 이끈
반백년 만의 귀로,
설레이며 가슴뛰며 풍선처럼 부풀며
별러 찾아간 고향, 그런데

이내 알아차리고 말았지
더 이상 고향이 나를 반겨하지는 않음을
긴 세월 고향은 나를 기둘리지 않았음을

죄다 변해진 산하
전부 가버린 시간
모두 사라진 친구,
거긴 아무것도 없었네
이미 누구도 안보였네

그랬던 거야,
내가 그리도 지독히 그리워한 건
실은 고향 밖 널려진 공간은 아니었어
바로 고향 속 뿌리내린 시간이었던 거야

오롯이 모두어 기억에 담아둔
고향은 이제 없다네
이제는 찾을 수도 없네, 멀리 가버린
세월 따라서 흔적도 없이
고향은 이제 영 묻힌 거라네

낯선 나그네 한숨에 심사 뒤틀려
꽁지 빠진 텃새 한 마리 깍 깍
목청 높여 성깔 부려대는데

북받치는 설움에 꺼이꺼이 울대 삼키곤
배신자 고향에 종주먹 들이대니
문득 서산 너머로 내닫는 일몰
물기어린 눈알 박고 처연히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