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자유 그리고 자유로움  


  "* 자유 그리고 자유로움"
네번째 가상詩集입니다.

2012년 봄부터 씌여진 詩들입니다.
實驗詩적인 성격의 習作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오늘까지 계속 이어져오는 역사의 章입니다.

처음 詩人의 길에 入門한 이래로
이제껏 40년 이상을 지어온 詩이지만 아직도
정확한 詩의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

판도라의 상자를 가슴에 품어안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풍운아로 떠돌며
詩의 본질을 찾아 헤매고 있는
詩人 林森의 애환이 드러나 있습니다.

林森의 고행은 그래서
지금도 이어져가고 있습니다.
그의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쭈욱 ~~

詩人의 멍에를 天刑으로 걸머지고 있는 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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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기도 *



시작노트

" 새벽기도 " 詩作 note

하루를 온전히 소망과 기쁨으로 마무리하기란 퍽이나 어렵다. 행복과 만족으로 기꺼이 오늘을 보내면서, 또 다른 희열과 희망만 기다리는 내일이 줄을 서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사람의 삶이란 게 그렇게 녹녹치를 않다. 저울로 달아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우리네 삶에는 기쁨 보다는 슬픔이, 소망 보다는 절망이, 그리고 행복 보다는 불행이, 만족 보다는 불만이 훨씬 더 많이 들어있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도 없고, 퍼질러 누워버릴 수는 더더욱 없다. 없는 힘일망정 억지로라도 쥐어짜내서 도전하고 또 도전해야 한다. 참고 참으면서 작은 빛이라도 찾아내어 거기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게 우리네 삶의 모양이다. 어찌 보면 처량하고 불쌍하기 짝이 없으며 가치 없어 보이는 방황의 길, 그래서 정말 보잘 것 없다는 결론이라면 애저녁에 당연지사로 포기해야겠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다. 무작정 고통 속에서 넉장거리로 머무를 수만은 없다.

비록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도 어딘가에는 필경 숨겨져 있을 달콤한 내일의 틈을 믿기에, 우리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명분이 있다. 한없이 나약하고 모자란 주제이지만, 의지하고 기대어 간구하는 믿음의 이름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작은 미소라도 지으면서, 서로를 위로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려 애쓴다.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다시금 살아나려고 한다.

사람이 사람답다는 것은, 사람으로 지녀야 할 덕목을 마땅히 지니고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이 지니고 있는 소양과 양심을 저버리는 언행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도 필자는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새벽을 깨운다. 그리고 조심스레 기도한다. 기도하며 글을 쓴다. 사람스러운 사람으로 호흡하게 해주십사 하고.

어느 숲에 버드나무와 참나무가 살고 있었는데, 참나무가 버드나무에게 말했다. “버드나무야, 너는 조그만 바람에도 가지가 휘어지고 쓰러질 것 같은데 그런 몸을 가지고 어떻게 숲에서 살아갈 수 있겠니?” 그러자 버드나무가 대답했다. “힘이란 자랑하는 것이 아니야, 뽐내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고 우리 부모님은 항상 말씀하셨어.” 마침 그때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버드나무는 바람 따라 이리저리 휘어지면서 잘 견디고 있었다.

그러나 참나무는 버드나무를 비웃으며 보란 듯이 뻣뻣하게 몸을 세웠다. 그때였다.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와서 꼿꼿한 참나무를 두 동강 내고 말았다. 그러나 버드나무는 모진 바람에도 바람 따라 순종하며 잘 참고 견디어 냈다. 우리가 잘 아는 우화다. 높이 있는 것은 떨어지면 망가지기 쉽지만 낮은 곳에 있는 것은 떨어져도 크게 손상이 되지 않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살아가다 보면 힘들고 낙심할 때도 있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 때 중요한 것은 낮아진 가운데 인내하며, 무한히 견디는 것이다. 반드시 우리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마음과 삶에 겸손함과 인내하는 뿌리를 내릴 때 성공이라는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옷을 입으면 추위를 막듯이 인내가 불의를 막아줄 것이다. 추울수록 옷을 껴입으면 추위는 당신을 해칠 힘을 잃는다. 마찬가지로 큰 불의를 만날수록 인내심을 길러야 하며, 그럴 때 어떤 불의도 그대의 마음을 괴롭힐 수 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이다.

아마도 세상을 잘 살아가는 가장 우선적인 덕목 중의 하나는 바로 ‘겸손과 인내’가 아닐까 한다. 세상에는 성공과 승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승리와 패배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성공은 수많은 실패를 딛고 싹트는 열매다. 어차피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균등한 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존재한다. 자신이 던지는 씨앗으로 나중에 자신이 거두어들일 열매를 선택하는 것이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기도 했고, 천식 때문에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한 소년이 있었다.
가족은 소년이 열 살을 넘기기 힘들 거로 생각했다. 그런 소년에게 열한 번째 생일이 찾아왔다. 온 가족의 축하 속에 소년이 케이크의 촛불을 힘껏 불었다. 그러나 단 한 개의 촛불만 꺼졌다. 소년은 실망하며 결국 울고 말았다. 그 때, 소년을 도와 촛불을 끈 아버지는 물었다. “촛불을 끄며 무슨 소원을 빌었니?”

소년은 울먹이며 대답했다. “내년 생일에는 저 혼자의 힘으로 열두 개 촛불을 모두 끌 수 있게 해 달라고요. 제 몸은 왜 이렇게 약하고 불편할까요?” 그러자 아버지는 소년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네가 가진 불편함은 단순한 장애가 아니고,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야. 그 선물의 의미를 네가 잘 찾아낸다면 넌 오히려 장애 때문에 더욱 훌륭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단다.” 소년은 그날부터 아버지의 말씀을 항상 가슴에 담아놓고, 날마다 힘겹게 걷기 운동을 하며, 노력을 게을리 하지도 않았다.

소녀는 훗날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후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했다. 이 소년이 바로 미국 제26대 대통령인 ‘테오도어 루즈벨트’이다. 극복할 수 있을까? 나아갈 수 있을까?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수많은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아마도 수많은 고민과 질문에 대한 대답은 ‘포기하지 않는 것, 이 한 마디가 아닐까? 오늘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품을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라면서 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용기와 인내가 가진 마법 같은 힘은 어려움과 장애물을 사라지게 할테니까 말이다.

때로는 남들이 엉뚱하다고 놀리는 보잘 것 없는 삶의 모습이 사실은 가장 가치 있는 삶일 수도 있고,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순식간에 세상의 빛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단편적으로 보여지는 겉모습에 참다운 진리가 온전히 깃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보여지지 않는 뒷모습이나 내면의 진리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울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고결한 학식이나 다양한 연륜이 뒷받침되거나, 경험과 다채로움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지극히 기초적이고 단순한 생각과 행동에 기인한다. 다음은 외국잡지에서 찾은 글이다.

- 저에게는 개구쟁이 둘째 아들이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어찌나 요란스럽고 짓궂던지 칭찬해 줄 만한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화장실에서 샤워 후 청소를 말끔히 해놓고 나와, 기특한 마음에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제 아들의 장래 희망은 ‘청소대장’이 되었습니다. 학부모 학급 모임이 있던 날, 아이들 사물함마다 저마다 장래희망이 붙어 있었습니다. 선생님, 의사, 소방관, 그런 장래희망 사이에 저희 아들이 써 놓은 ‘청소대장’이 떡 하니 적혀 있었습니다.

엄마들 웃을 때 저도 한술 더 떠서 귀엽다며 손뼉 치며 따라 웃었습니다. 웃다 보니 제 아들도 같이 웃고 있었습니다. 그 후부터 아들의 철없는 장래희망은 답답함이 돼버렸습니다. 며칠 후 우연히 영어로 쓰는 일기장을 보게 됐는데 영어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 쓰여 있었습니다. 내심 속으로 웃으며 ‘장한 내 아들, 이제야 철이 들었는가 보네.’ 하고 생각했는데, 일기장의 마무리가 저를 다시 뒤로 넘어가게 하였습니다.

“나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미국에서 가장 큰 빌딩에서 청소를 제일 잘하는 청소대장이 될 것이다.” 우리 아들은 학교가 끝나면 파김치가 돼서 돌아옵니다. 이 반 저 반, 어지러운 신발장 정리는 기본이고 애들이 싫어하는 구석구석, 심지어는 화장실 청소까지 정말 열심히 청소합니다. 엄마 마음에 아들이 청소로 1등을 하는 것보다 공부나 예체능에서 1등을 하면 좋겠지만, 누구보다 밝은 표정으로 청소하는 아들을 보면서 저의 답답했던 마음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저런 의지만 있다면 나중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해낼 것이고, 그리고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앞으로의 인생도 정말 행복해 질 거로 생각했습니다. -

아이에게 부모의 말 한 마디는 미래를 바꿀 만큼 영향력이 크다. 한 마디의 칭찬도, 공감해주는 한 마디의 말도 모두 아이에게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대단해.” 라는 말로 오늘 시작해보자. 꾸지람보다 더 빨리 반성하고, 엉뚱함 속에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실패를 거듭하며 성공하는 법을 배우게 될 거다. 오늘부터 시작하고, 오래도록 느껴보자. 칭찬의 힘, 말 한 마디의 위력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어린 아이들에게만 국한되는 논리가 아니라는 것도 더불어 깨달아야 한다. 진리는 어디에서나 하나로 통한다.

어느 곳에 외아들을 둔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이 아들은 말을 잘 듣지 않고 약속을 잘 어겼다. 어느 날 아버지는 약속을 어기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시 한 번 약속을 어기면, 그때는 추운 다락방에서 지내야 할 거다.” 그러나 아들은 또 다시 약속을 어겼고, 결국 아들은 추운 다락방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그날 밤은 유난히 눈보라가 몰아치고 기온이 뚝 떨어져 매우 춥게 느껴졌다. 부부는 아들 걱정에 잠도 잘 못 자고 밤새워 뒤척였다.

얼마 후 아내가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이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 마음이 아픈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 애를 지금 데리고 오면 앞으로는 더욱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거야.” 아내는 다시 자리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이번에는 남편이 슬그머니 일어나며 이렇게 말했다. “화장실에 좀 다녀오리다.” 밖으로 나온 남편은 화장실에는 가지 않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아들이 있는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아들은 춥고 딱딱한 다락방에서 몸을 웅크리며 잠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 옆에 누워 팔베개를 해주고, 추위에 떨고 있는 아들을 끌어안아 주었다. 얼마 후, 아들이 눈을 떠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제야 아들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깊이 뉘우쳤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를 이기는 자식도 없다. 자식에게 가장 무서운 가르침은 바로 사랑이다. 부모에게 가장 값진 보답은 그런 부모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이다. 말보다 우리의 사람됨이 아이에게 훨씬 더 많은 가르침을 준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바로 그 모습이어야 한다. 그것이 참교육이다. 자식을 제대로 사람답게 만드는 가정교육의 첫 단추다.

때는 조선 말. 당대를 주름잡던 민씨 집안에 처음으로 비누가 들어왔다. 민씨 집안의 초청을 받고 온 많은 대감들은 처음 보는 이 신기한 물건에 온 관심을 집중하였다. 손을 씻어보고, 세수하며 감탄을 연발하고 온갖 아첨을 떨었다. 그 때, 그 자리에 있던 한 사람이 갑자기 비누를 씹어 먹기 시작했다. 대감들은 비누를 먹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수군댔다. 그러자 그 사람은 매우 진중한 얼굴로 대답했다.

“당신들은 얼굴에 있는 때를 씻어내려고 하는 것이지만, 나는 배 속에 있는 때를 씻어내려고 비누를 먹고 있소이다. 무엇이 잘못됐소?” 그러자 갑자기 찬물을 끼얹듯 좌중이 조용해졌다.바로 이분이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이다. 겉모습을 가꾸고 체면을 다듬는 사람은 많아도, 더럽혀진 마음과 욕심의 때를 씻으려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드문 것 같다. 거울을 보는 그 시간에 얼굴 뿐 아니라 마음을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백범 김구 선생’은 말했다. “얼굴이 잘 생긴 것은 몸이 건강한 것만 못하고, 몸이 건강한 것은 마음이 바른 것만 못하다.”

마음을 다스려 깨끗하게 하는 것은 자신의 수양을 닦는 첫 걸음인 동시에 참다운 교류와 정을 쌓아가는 첩경이다. 자기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쉽게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그렇게 이웃에게 감화와 감동을 어렵지 않게 전파한다. 그리고 그런 기운은 다시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고, 나아가 건전하고 바람직한 사회의 분위기와 흐름을 조성하는 데에 일익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을 ‘온돌효과’라고 한다.

사업실패로 어렵게 사는 한 부부가 있었다. 이들은 몇 년 전 아들 결혼식에 축의금으로 백만 원을 한 친구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그 친구로부터 아들 결혼 청첩장을 받고 보니 축하의 마음보다 걱정이 앞섰다. 하루하루 살기도 빠듯한데 어떻게 축의금을 챙길까 걱정이 앞섰다. 축의금은 축하의 돈이기 이전에 받은 만큼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 부부는 급하게 아는 사람으로부터 백만원을 빌렸다.

그리고 그 친구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의금으로 냈다. 그런데 며칠 후 그 친구로부터 등기 우편이 배달되었다. “웬 인사장을 등기로 보내지?” 하면서 뜯어보니 그 안에는 친구의 편지와 구십구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친구의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사람아. 나는 자네 친구야. 자네 살림 형편을 내가 잘 알고 있는데 축의금이 백만원이라니, 우리 우정을 돈으로 계산하나? 우리 우정에 만원이면 충분하네, 여기 구십구만원 돌려보내니 그리 알게. 이 돈을 받지 않으면 친구로 생각지 않겠네. 그리고 힘든 삶에 내 아들 결혼식에 참석해줘서 너무 고맙네. 우리 틈이 나면 옛날 그 포장마차에서 대포 한 잔 하세.”

힘들 때 서로 의지하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내 말을 편견 없이 전부 들어주며, 외로울 때 허전함을 채워주는 사람. 내가 잘못할 땐 뼈아픈 충고도 가리지 않는 사람. 늘 사랑의 눈길로 내 곁에 항상 있어 주는 사람. 그 아름다운 이름은 ‘친구’다. “여러분과 리무진을 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정작 여러분이 원하는 사람은 리무진이 고장이 났을 때 같이 버스를 타 줄 사람입니다.” 라고 한 ‘오프라 윈프리’의 말처럼, 우리의 상황이나 여건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참다운 우정이나 신뢰로 맺어진 사이는 결코 바람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전제로 되어있는 관계라면, 그것이야 말로 진실로 이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이른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다. 그런데 진솔한 관계는 서로가 터놓고 아는 사이에서만 필요한 덕목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모르는 사이에서 빚어지는 사랑과 관심과 배려가 한 층 더 아름다운 미덕으로 피어나는, 세상을 울리는, 곱디 고운 꽃인 경우가 많다.

매일같이 유례 없는 더위가 이어지던 어느 날이다. 육군 ‘53사단 신병 교육대대’에서 간호장교로 근무하는 ‘김봉오리 중위’는 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한 노인을 발견하게 된다. 김중위는 사단 의무대에 약품을 받기 위해 구급차를 타고 부대를 나서는 길이었다. 그리고 부대 앞 횡단보도 옆에 쓰러져 있는 등산복 차림의 할아버지를 발견한 것이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두 어쩔 줄 몰라 당황해하고 있었다.

김중위는 다급히 차에서 내렸다. 맥박과 호흡은 있었지만, 의식은 아주 흐릿해져 있었다. 빨리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었다.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김중위는 차분하게 응급조치를 했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10여 분만에 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할아버지는 뇌경색 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무관심 속에 그대로 도로변에 방치됐더라면, 응급조치의 방법을 몰라 망설이다가 최적 시간을 놓쳤다면, 귀중한 하나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이 각박하다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대한민국 군인이 있기에 더욱 든든하기만 하다. 그런가 하면 ‘스티브 윅(Steve Wick)’이라는 미국 ‘휴스턴 경찰청’ 소속의 한 경찰관의 이야기가 있다. 경찰 업무와 함께 ‘노숙인 봉사팀’ 일원으로도 활동하는 스티브는 동료와 함께 거리를 순찰하던 중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던 노숙인 남성 ‘퀸투스(Quintus)’를 발견했다.

당시 퀸투스는 오랫동안 씻지 못했는지 손과 발은 검었고, 수염은 매우 긴 상황이었다. 이 모습을 본 스티브와 동료는 그의 손과 발이라도 씻겨주기로 마음먹었다. 스티브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 퀸투스의 몸에서는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그래서 우린 손과 발이라도 씻겨주기로 했고, 손톱과 발톱이 너무 길어 깎아 줬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그가 녹내장 때문에 앞을 거의 못 본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동안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이후 퀸투스는 스티브의 도움을 받아 재활 센터로 옮길 수 있었다. 거기서 몇 년 만에 목욕까지 할 수 있었던 퀸투스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편, 휴스턴 경찰청 측은 오랜 노숙 생활로 건강 상태가 나빠진 퀸투스에게 의료 지원과 더불어 재기할 수 있도록 취업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냥 잔잔한 일상 속의 작은 미담일 뿐인 일화들이다. 특별할 것도 없고, 거창하게 떠벌리며 자랑할 일도 물론 아니다.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선심이다. 그런데도 잔잔한 파문이 가슴으로 인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이웃을 향한 사랑의 손길이 과연 오늘날의 이 시대에, 말 그대로 당연하게 베풀어지고 있는 건지 반성해본다. “난 아직 누군가를 도와줄 형편이 아니야!” 그저 망설임 없이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남을 돕는 일에 왜 물질적인 것만 생각할까? 스티브처럼 물질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줄 수도 있다.

밝은 표정과 따뜻한 마음, 이 두 가지만으로도 우리는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다. 그런 측은지심이 우리의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싹틀 때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색으로 보여지게 되고, 그런 색들이 온 누리에 덮이면서, 바로 살기 좋은 세상이 펼쳐질 수 있게 된다. 이 새벽에 필자는 경건하게 무릎 꿇고 기도하련다. 어지럽고 어려운 이 세상에, 혼탁하고 소란스러운 이 삶에, 참다운 빛으로 비춰지는 소망의 삶이 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온전히 이끌어주십사 하고 기도 올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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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는 오랜 어둠, 적막, 공허,

이윽고 불 켜진다
공간 환하게 빛살 퍼져나가
生이 살아오르는 기척 그리고
찰칵,
굳게 잠겼던 교회당 문 내게로 열린다

거룩한 발자국소리로, 뚜벅뚜벅

어지런 세상 죄다 안아주려는 듯이
무너진 언약 모두 감싸주려는 듯이
상실된 인성 전부 품어주려는 듯이

온화하게 팔 벌린 품처럼
부드럽게 날개 편 깃처럼
따스하게 숨결, 들리어난다
인자하게 눈빛, 스미어든다

꽉 잠긴 목소리로, 꺼이꺼이

내 안에 들어온 충격, 혼돈, 방황,
어지럽다, 한동안은
어지러워서 어지러워서 미치겠다

터져나는 울음과
꿇려지는 무릎과, 엄숙한 변모
강팍한 독선의 끈 깨어지는

살아나는 호흡과
뜨거워진 심장과, 기적의 체험
온몸뚱이 저절로 엎어지는

세상 바꾸는 소리로, 우르르쾅

그런즉
내 아픔의 절기,
生을 말하면서 정작
死 버리지 못하던 예순의 날들, 그 낮과 밤

단 한 번 겪은 새벽의 기도가
오늘을 일으켜세운다
날 다시금 살아나게 한다, 훨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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