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날이
산 날 보다 적어지기 시작하면서
질팍한 습성 따라 시작되었는데
그러고보니 추한 사랑의 연조도
퍽이나 오래 인배긴 셈이다,
하루씩 하루씩 걸어온 발자국마냥

여기저기서 세월에 섞여
누구나 당당하게 늙어가는데
혹 나만 돌림쟁이 된 모양새로
구석쟁이 팍 구겨진 채
사랑의 양날에 피 흘리며
더욱 더 아파지는 건 아닐까 ?

어차피 지금
느낌표가 필요해진 일상의 그늘,
마음에 바람불어 불끈 근육 솟으면
암팡스레 주둥이 들이댄 주름살
부라퀴 형상으로 기생하면서
먼 황혼 바라예건만

아마 한 차례쯤은 더
청춘에의 푸르른 시절 잇대어
꿈처럼, 상상처럼, 거짓말처럼,
내 염통속 스물대며 찾아들테고
비단 아픈만큼 성숙한 젊음들은
톡 톡 시절을 수확할 게다

어서 어서 오라,
어제적의 그 숱한 상흔들이여 !

용서하고 또 용서하고
일흔 번씩 일곱 번을 용서하다가
인연겨워 손 내밀면,
그윽한 사람 내음 못내 그리웠던
등 뒤 외로운 어딘가에서
거친 인연 새로 이어져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