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깨달아야 했어

수많은 마음갈래 중
끝내 적의만 드러내려는 종족들에 대해
설마 설마
희망 갖지 말아야 했어

애초 알고있었으면서 그래도
혹시나 하던 그
희망의 독을,
아무리 규칙 잘지켜도 결국
파울판정 받고마는 악착스런 진리를,

훨씬 지난 뒤에서야 깨닫다니

하지만 난 아직 궁금해
이후
무수히 반복하면서도 왜
사람은 끝내 선할 것이고
규칙은 마침내 긍정으로 귀결되리라고

난 왜 그토록 집요하게
믿고있었을까 ?

그저
운이 조금 나빴을 뿐이라고
난 왜 그토록 굳세게
믿어왔을까 ?

그 때
알았어야 했어

그 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 아주 오래도록,
종족들 누구나
진실은 알고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조차도
원하지 않는다는 걸

누구든 자신이 이미 그렇다고 생각해 온 것,
혹은
이랬으면 하는 것만 믿기 원한다는 걸

자신이 그렇게 그려진 지도 가지고
길 떠났을 때
그 길 이미 다른 방향으로 나 있다면,

아집 앞세우며
자기 지도대로 길을 바꾸고 싶어 했지
실제로 난 길 따라
자기 지도 바꾸려들진 않는다는 걸

그 때
깨달아야 했어
그 때
알았어야 했어

그 때 진즉에
그랬어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