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감사의 계절에 눈물 내리고... 토해낸넋두리後  


  "* 감사의 계절에 눈물 내리고... 토해낸넋두리後"
예상하고 있는 출판 계획 상으로 보자면
세번째 詩集이 될 詩들의 묶음입니다.

2010년 후반기부터 2012년 봄까지의 詩를 모았습니다.

역시 힘든 세상살이의 단면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한 詩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고달프고 버거운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새롭게 거듭나는 미래의 또 다른 삶과
행복의 추구에 관한
보헤미안 林森의 깨달음의 속내가
절절하게 배어나고 있습니다.

비단 詩人 만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 모두의 이야기이며,

그렇기에 누구나가 스스로
화수분처럼 솟아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여기면서
차례 차례 감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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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줄 *



시작노트

" 거미줄 " 詩作 note

오늘의 주제는 ‘우울증’이다.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소재를 골라잡았다. 그래놓고는 한동안 고민했다. 이걸 써내려갈까? 그래봤자 더 우울하기만 할텐데. 그러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우울한 걸, 그래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은 걸, 알 수 없는 이유로 컨디션이 극도로 저하되어 매사가 귀찮고 어떤 일도 하기가 싫은 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도무지 일상이 재미가 없는 걸... 그럴 바에야 우울증이 뭔지 적나라하게 까발려보고, 걷잡을 수 없는 이 야속한 가슴팍을 수술이라도 해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한 마디로 그게 결론이다.

‘지식백과’를 찾아보면, 우울증은 흔한 정신질환으로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운다. 그러나 우울증은 성적 저하, 원활하지 못한 대인관계, 휴학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자살이라는 심각한 결과에 이를 수 있는 뇌질환이다. 다행히 우울증은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는 질환으로 초기 완쾌율이 2개월 내에 70~80%에 이르는 의학적 질환이다. 우울증에는 상담과 정신과 치료가 필수적이며,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은 항우울제 투여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다.

특히 최근 개발된 항우울제들은 뇌내의 저하된 ‘세로토닌(신경전달물질로 사람 몸 중 소화기관에서 많이 발견되나, 중추신경계의 세로토닌 뉴런에서 합성되는 세로토닌은 기분의 조절, 식욕, 수면, 기억, 학습 등 여러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을 증가시켜 우울 증상을 호전시키고, 부작용이 거의 없이 안전하게 우울증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우울증에는 여러 가지 증상이 있지만, 우울증에 걸리면 이전에 스트레스를 극복할 때 사용하던 방법들, 예를 들어 영화를 보거나 친구를 만나도 즐겁지 않게 되어 이를 극복할 수 없을 것 같고, 이러한 괴로움이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우울증은 30~40대에 가장 흔하지만 어느 연령에서나 발병할 수 있는 질환이다. 우울증의 기본 증상은 의욕 저하가 대표적이지만, 연령과 성에 따라 독특하게 표현되기도 하므로 특징을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감추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져, 우울증이 우울한 감정보다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여성의 경우 산후 우울증, 갱년기 우울증 등 특정 시기에 우울증의 위험이 높아 주의를 요한다. 우울증의 결과가 때로 알코올 의존이나 남용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이차성 알코올 의존’이라고 한다. 이 경우 우울증을 치료하면 알코올 문제도 호전될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우울증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우울증이 심할 때는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하기 쉽고, 이런 이유로 치료에 대한 기대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친구 등 보호자의 지지와 역할이 중요하다. 병원을 방문할 경우 환자에 대해서 잘 아는 보호자가 함께 내원하여 의사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자살사고 등 위험성이 있는 경우는 즉시 방문할 필요가 있다.

우리 인간의 정서 경험과 표출이 적응적인 가치가 있다는 글(생활 속의 심리학 - 정서의 표현)을 읽은 적이 있다. 집단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유기체에게 정서 경험과 표출이 도움이 되기에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도 긍정적인 기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이 역시 “그렇다”라는 대답을 할 수 있다. 어떤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데 오히려 위험에 빠지거나, 신체적인 손상이나, 헛수고가 될 수 있는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관적인 생각이나 동기의 결여(즉 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예컨대 우울 경험이 더 이상의 위험이나 쓸 데 없는 행동을 억제하는 것이기에 적응적일 수 있다고, 진화론적 입장을 견지하는 연구자들은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먼저 구하는 이론인데, 의학적 전문 해설은 이 쯤 해두자. 고차원적인 용어들이나 진단 방법 등이 기술되고 있지만, 사실 원리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래서 더 힘든 게 아닐까?

일본의 심리학 박사인 ‘노부유키’는 학창시절 미국에서 심리학을 공부를 하던 중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우울증에 걸려본 적도 없는 내가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기분을 알 리가 없다.” 그래서 그는 우울증을 체험하기 위해, 몸소 우울하게 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그는 마침내 우울하게 되는 간단한 방법을 발견했다. 바로 ‘어떤 것’을 3개월간 계속해서 한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거의 틀림없이 우울하게 되는 것을 찾은 것이다.

그 어떤 것은 무엇일까? 바로 ‘하루에 1,000번 씩 한숨을 쉬는 것’이다. 하루에 1,000번 씩 한숨을 쉬는 일을 3개월간 계속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우울증 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그 방법으로 그는 정말로 우울증 상태에 빠졌다. 우울증에 빠져서, 수업에도 학회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학생들이 찾아 갔을 때에도 그는 나른한 상태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학회 같은 곳에 나간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 하지만 학생들이 오랜 시간 곁에서 보살펴주며 격려를 해주어 결국 어렵게 우울증에서 탈출할 수가 있었다.

이후 그는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주제로 논문을 써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복하게 되고 싶으면, 즐겁게 살고 싶으면, 그가 했던 것과 반대로 하면 된다. 바로 ‘웃으면 된다.’는 거다. 참 쉽다. 한 번에는 안되겠지만, 어렵더라도 계속해서 웃다보면 저절로 우울증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문적인 의학적 지원이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단, 스스로 자가치유할 수 있는 심리적 치료방법을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필자가 늘상 주장하는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사랑이다. 관심과 배려와 베풂의 마음들이 모두 사랑에서 비롯되고, 우리의 삶을 이어가는 유기적인 인간관계의 밑바닥에 언제나 사랑의 기운이 인연을 만들어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사이에 단절된 교류의 끝에서 자신이, 또는 이웃이 슬그머니 우울증이라는 병마에 사로잡히게 될 우려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세상사는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다. 어떤 생각으로 임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역시 그 과정에 따라서 많은 예기치 않은 결론을 파생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프랑스의 소설가로 유명한 ‘로맹 가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 공군에서 복무했고 종전 후에는 ‘레지옹 도뇌르 무공 훈장’을 받은 국민의 영웅이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들이 전쟁 위험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온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편지를 보냈다.

아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지만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를 계속 받아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낸 과거의 편지들이었다. 로맹 가리는 그 사실을 3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위암에 걸린 어머니는 전쟁터에 있는 아들을 위해서 2백여 통의 편지를 미리 준비했던 것이다. 죽어가는 순간조차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 그 사랑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 “자녀들에게는 어머니보다 더 훌륭한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은 없다.”고 한 ‘에우리피데스’의 말처럼 모든 사랑의 근원을 먼저 마음으로 깨닫고 세상사에 임한다면, 자신의 힘이나 지혜보다도 훨씬 큰 결과를 선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옛날 한 젊은이가 지혜 있는 노인을 찾아가 물었다. “어르신, 저는 지금 매우 힘든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매 순간 스트레스로 인해 너무나도 힘이 듭니다. 저에게 행복해지는 비결을 가르쳐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노인이 젊은이에게 가방을 건네며 말했다. “나는 지금 정원을 가꾸어야만 되니 기다려 주게나. 그리고 이 가방을 좀 들고 있게.” 가방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무겁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방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 시간이 지나자 어깨가 쑤셔왔다.

하지만 노인은 멈추지 않고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기다린 젊은이가 노인에게 물었다. “어르신, 이 가방을 언제까지 들고 있어야 합니까?” 그러자 노인이 젊은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그렇게 무거우면 내려놓으면 되지!” 바로 그 순간 젊은이는 커다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들고 있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내려놓으면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지는데, 젊은이는 무엇이든 꼭 움켜잡고 가지고 있으려 해서 힘들고 어려웠던 것이다. 힘들겠지만 내려놓으면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비우면 다시 채울 수 있다. 지금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이 있는가? 그것이 일이든 사랑이든, 아니면 사람과의 관계든 한 번 내려 놓아보자. 얻는 것보다 더욱 힘든 일은 버릴 줄 아는 것이다. 우울한 일이 무엇인가?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그걸 내려놓자.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할머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할머니가 떠나고 혼자가 된 할아버지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일 년이 지난 후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추모공원에 방문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다른 가족들끼리 할머니께 인사하고 오라고 했다. 성묘를 마치고 차를 타고 집을 향해 출발하려는 순간이었다. 손자가 바라보는 유리창에 비친 할아버지가 창문에 얼굴을 대고 가족들 눈에 띄지 않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할머니에 대한 애틋함이 배어있는 할아버지의 손에서 진정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처음 깨달았다. 손자는 자꾸만 눈물이 고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깊어진 주름만큼 깊어진 사랑과 신뢰... 삶과 죽음이 한 조각으로 다가오는 순간에도 견고한 황혼의 사랑은 자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가져다준다. 늙어가는 사람만큼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그윽하고 은근한 사랑으로 오래오래 삶을 사랑하자. 그 속에서 행여 생겨날 우울증도 모두 녹여서 함께 사랑을 하자.

지난 2014년 어느 날, 깊은 잠에 빠져있는 평온한 가정에 불이 났다. 다행히 아내와 큰딸, 3살 아기는 다 빠져나왔는데, 둘째 서빈이가 보이지 않자 아빠는 불길이 솟구치는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서빈이를 이불로 감싸 안은 아빠는 불길에서 정신을 잃는다. 다행히 소방관분들에 의해 아빠와 서빈이는 구출되었지만, 아빠는 큰 화상으로 왼쪽 팔을 잃었다. 사연이 인터넷을 통해 소개된 이후 많은 분들의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지금도 병원을 오가며 꾸준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이제는 몸도 마음도 아주 건강해진 상태다.

오랜만에 만나본 서빈이네 가족은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큰딸 유진이가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후원자분들께 전달해 달라며 한 통의 편지를 건네주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서빈이 누나인데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 후원해 주시고 많은 응원을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편지를 드립니다. 아빠는 요즘도 병원 진료를 계속 받고 있습니다. 화상 치료는 계속 병원에 다녀야 한다고 하네요.

얼마 전에는 팔을 어깨 위로 올리지 못해 정말 고생하셨지만 지금은 수술하셔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현재 화상으로 다친 한 쪽 팔은 의수를 하고 계시는데요. 때론 저도 아빠의 의수를 의식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아빠는 그저 미소 지으시며 괜찮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화재로 인해 아빠가 좋아하는 농구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아빠의 농구 사랑을 꺾진 못했어요. 농구 동아리에서 코치를 맡아서 하고 계시거든요. 동아리를 하시면서 사람들이랑 함께 어울려 식사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도 계셔요.

엄마는 근처 공장에서 일손이 부족할 때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가십니다. 평소에는 아빠의 일도 돕고, 저녁이면 아빠의 화상 부위가 딱딱해지지 않도록 연고를 발라 주시곤 합니다. 엄마도 매우 힘드실텐데 대단하신 것 같아요. 참! 동생 서빈이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서빈이도 사고 당시 약간의 화상으로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아빠의 헌신과 사랑의 흔적인 만큼 서빈이에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서빈이는 앞으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슈퍼맨처럼 든든하게 우리를 지켜주는 아빠를 닮아 가족의 든든한 기둥이 되고 싶은 것 같아요. 저희 가정이 이렇게 화상의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여러분의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서빈이 누나 유진 올림 -

사랑은 희망이 되어 돌아왔다. 다시 만난 서빈이네 가족이 더욱 행복하길 바란다. 후원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은 한 가정을 회복시켰다. 세 명의 자녀들은 여느 아이들처럼 꿈을 키워갈 수 있었고, 부모들은 절망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다. 앞으로도 서빈이네 가족을 응원하는 바이다. 슈퍼맨 아빠와 가족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평범한 일상에서 기쁨을 만들어나가는 가정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소망한다.

세상이 그런 것이다. 힘겹고 벅찬 여건 하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삶, 그리고 그 삶을 후원하고 격려하며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적인 공유의 삶, 이런 모두의 삶들이 합해져서 꿈을 키우고 소망을 가꾸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혼자만 따로 떨어져 우울해할 수가 있을까? 더불어 호흡하고, 어울려 걸어가는 길에서라면 혹시 외롭게 우울해하는 사람이 있어도 손 내밀어 보듬어줄 것이고, 어깨 걸어 기꺼이 동행해줄 것이다. 그것이 우리네 삶의 맛이고, 느낌 아니겠는가?

내가 먼저 나서서 힘든 일을 행하고, 무거운 짐을 솔선수범하여 지겠다는 마음들이 사랑의 화원을 만들어가는 이 세상이라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할 수 있고, 한결 아름다울 수 있다. 옛날 어느 나라에 효성이 지극한 왕이 있었다. 그리고 왕은 백성들에게도 존경받을 만큼 인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누구라도 엄한 형벌로 40대의 태형으로 다스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왕의 어머니가 법을 어기는 일이 생겼다.

신하들은 저마다 근심스러운 얼굴로 수군거렸다. ‘저 효성이 지극한 왕이 자기 어머니를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일에 어머니라고 봐준다면 나라의 공의와 질서가 무너져 버릴텐데 어찌할 것인가?’ 왕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한참 만에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짐의 어머니를 기둥에 묶으라, 그리고 법대로 40대를 치라!” 왕의 명령에 일순간 다들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나 왕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매를 치려는 순간 왕은 어머니에게 달려들어 꽉 껴안았다. 어머니를 대신하여 왕은 40대의 매를 고스란히 다 맞았다. 왕의 옷은 상처의 피로 흥건히 젖었다. 이렇게 해서 왕은 나라의 공의를 드높이 세웠으며, 이 사실이 백성들에게 알려지자 그 나라는 더욱 법을 잘 지키는 나라가 되었다. 세상 누구에게나 동일한 법과 공의가 바로 지켜지는 것... 사람을 행복하고 평등하게 만드는 기본 요소다. 원칙을 가지고 법과 공의가 바로 세워질 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각자가 처해있는 환경과 여건은 다 다르다. 직업이 다르고 출신이 다르며 생활의 조건과 빈부의 정도가 다르다. 그러나 동일한 것이 있다. 사랑을 품고 세상을 살아가는 참된 도리가 있어서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밝게 빛낼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 필자가 고른 시의 제목은 ‘거미줄’이다. 예전 힘겨운 어떤 시절에 마치 필자의 삶이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꼼짝도 못하고 그냥 운명이 휘두르는대로 흔들려야만 하는 처지라 여겨져 너무나도 깊은 시름에 잠겼을 적의 시다.

아마도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을 게다. 세상 천지에 홀로 남겨져 아무런 의지나 도움을 생각조차 못하고, 그저 홀로 견뎌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그래도 완전히 침몰하지 않고 헤쳐나올 수 있었음이 천행이라 여기면서, 지금의 필자는 하루 하루를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다시 우울증의 증세가 현실을 갉아먹기 시작하는 이즈음에도 필자가 끝내 고수하는 마지막 소망이 있다. “사랑하며 살자, 그리하면 반드시 어둠의 끝이 오고야 말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빛이 있으리라.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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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에서 찬서리 견디어낸 봄똥배추밭길
한참을 지나쳐 걸어걸어
융단 청보리밭 쪽길도 돌아나왔었고,

꼬불꼬불 힘겹게 도착한 여름
정신 못차리고 허구헌 날 젖더니만
수많은 인연의 끈에 매여
거미집 지었는데,

거기 방울방울 맺힌 빗물이라면
오직
슬픔의 고름일진대

유리 부숴바른듯 반짝이는 거미줄,
은빛은 우리 삶의 환희?
그래봤자 거미줄일 뿐, 그건 -
작은 바람 한 줄기에,
젖은 빗방울에,
이내 찢겨져버리는 인연

사람은 연약하며 운명은 잔혹하네,
인생은 끊이지 않고
거미집 짓게 만드니

그래서 우리는 젖은 여름날 지나
소슬로 바람 부는 이 가을날까지
살아지고 살아가고, 이내
죽기위해 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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