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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권의 시집에 총 1,71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1집. 그대와 같이 부르는 이 사랑의 노래 있는 한  


  "1집. 그대와 같이 부르는 이 사랑의 노래 있는 한"
동인지 형식이 아니고 단독 출판한 詩集으로는
林森의 첫번째 공식詩集으로서
92년3월20일 '도서출판 명보'에서 인쇄하였습니다.

처음 詩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의 作品을 총 망라하여
그 중에서 61편만을 선정한 詩集이며
序詩의 제목은 '정',
내용은 총 5개의 章으로 분류하여 엮었는데 순서대로
'序曲의 章' '發端의 章' '矛盾의 章' '追求의 章' '反省의 章'입니다.

고인이 되신 작사가 '박건호님'의 권두시가 처음에 있고
'박일송님, 이외수님, 정화석님, 최성현님, 박재우님'의 추천사가
'사색의 창을 열면서'라는 프롤로그에 실려있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는 '林森, 그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가호성님'이 적어주셨습니다.

林森의 초기 詩風을 짐작할 수 있는 詩集입니다.
[ 도서출판 명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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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밤 속으로 그날 밤이 오다 *



시작노트

" 오늘 밤 속으로 그날 밤이 오다 " 詩作 note

오늘의 시제는 ‘친구에 관한 비망록’ 정도로 명명하고 싶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언제나 가장 쉽게 자기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도 무방한 사이를 말하라면 단연 ‘친구’를 제일 먼저 꼽을 것이다.
그래서 이 가을에 엄청 잘 어울리는 단어, 바로 ‘친구’를 화두로 꺼내보고자 한다.
예컨대 친구란 자존심이나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대할 수 있는 유일한 그루터기이며 손익을 떠나서 언제나 정을 나눌 수 있는 확실한 내 삶의 우방이다.
또한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나 상담을 주저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며 어려울 때 쉽사리 도움이나 지원을 청할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모름지기 친구만큼 내게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는 더 이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로지 내가 잘되고 못되고는 친구의 수준과 양질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세상 이치의 한 단면이라고 한다면 너무 앞서가는 표현일까 ?
아무튼 친구라는 대상에 관하여 그 의의나 본질을 설명해보라면 누구나 어렵쟎게 이렇듯 장황한 사설을 풀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자 ! 그렇다면 과연 실제 상황에서의 친구가 지금까지의 설명처럼 내게 그렇게 귀하고 소중하며 유익한, 그리고 삶에 있어서 진정으로 가치있는 실체로 존재하고 있는가 ?
또한 나의 친구가 내게 이처럼 대단한 존재이듯이 나도 그 친구에게 그처럼 확실하게 친구로서 필요한 존재의 역할을 하고는 있는가 ?
모름지기 ‘친구관계’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친구를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비슷한 개념으로 ‘벗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이나 ‘동무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를 들어 연관 짓고 있다.
세 가지 모두 가깝고 친한 사이를 일컫는 공통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고향의 친구를 비롯하여 각급학교의 동기동창, 남자의 경우 군대 때의 동료, 사회 친구, 직장 동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친구들이 각종 관계의 형성 과정에서 생겨나는데 이를 나름대로 분류해본다.
우선 친구에는 크게 네 종류가 있다.
첫 번째로 ‘화우(花友)’를 들 수가 있는데 ‘꽃이 피어 예쁠 때는 찬사를 아끼지 않으나 꽃이지면 돌아보는 이 없듯 자기 좋을 때만 찾는 꽃과 같은 친구’를 말한다.
두 번째는 ‘칭우(秤友)’로서 ‘저울이 무게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기울듯 이익이 있나 없나를 따져보며 움직이는 저울과 같은 친구’를 뜻한다.
다음으로 ‘산우(山友)’가 있는데 이는 ‘산이 온갖 새와 짐승의 안식처인 것처럼 멀거나 가깝거나 늘 그 자리에서 반긴다고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마음 든든한 산과 같은 친구’를 이르는 표현이다.
마지막은 ‘지우(地友)’라는 표현으로 ‘땅이 뭇 생명의 싹을 틔워주고 곡식을 길러내며 조건 없이 베푸는 것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지해 주는 땅과 같은 친구’가 있다.
이 중에서 나는 어떤 종류의 친구를 곁에 두고 있으며, 어떤 친구가 되어주고 있는 걸까 ?
우리 살아가는 인생길에 좋은 친구 하나는 꼭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인생길의 동반자로서 언제라도 함께 해줄 수있는 그런 친구를 우리는 빨리 구해야 한다.
그런가하면 친구를 영어로 쓰면 ‘Friend’이다.
‘F ree (자유로울 수있고) R emember (언제나 기억에 남으며) I dea (항상 생각할 수있고) E njoy (같이 있으면 즐거우며) N eed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고) D epend (힘들 땐 의지할 수있는 고귀한 존재)’라는 재치있고 흥미로운 단어풀이가 있다.
그리고 친구와 관련된 한자의 ‘사자성어’는 다양하다.‘마치 고기와 물의 관계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특별한 친구’를 칭하는 ‘수어지교(水魚之交)’가 있고, ‘서로 거역하지 않는 친구’인 ‘막역지우(莫逆之友)’, ‘금이나 난초와 같이 귀하고 향기로움을 풍기는 친구’인 ‘금란지교(金蘭之交)’, ‘관중과 포숙의 사귐과 같은 허물없는 친구 사이’인 ‘관포지교(管鮑之交)’, ‘어릴 때부터 대나무 말을 같이 타고 놀며 같이 자란 친구’인 ‘죽마고우(竹馬故友)’, ‘친구 대신 목을 내주어도 좋을 정도로 친한 친구의 사귐’을 의미하는
‘문경지교(刎頸之交)’, ‘향기로운 풀인 지초와 난초 같은 친구’인 ‘지란지교(芝蘭之交)’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언제나 친구 이야기를 할 때면 반드시 떠오르는 이가 있다. 바로 ‘추사 김정희’ 선생이다.어느날 잘 나가던 추사 선생이 멀고도 먼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게 됐다.이후 유배되기 전에 그렇게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소식 하나 없었다.요즘도 그렇지만 잘 나갈 때는 그렇게 시끌벅적 주변에 모여들더니 막상 귀양살이를 하니 누구 한 사람 찾아주는 이가 없었다.그런데 그런 추사에게 유일하게 소식을 전한 이가 있었다. 예전에 중국에 사절로 함께 간 적이 있었던 ‘이상적’이라는 선비다. 그가 중국에서 많은 책을 구입해서 유배지인 제주도까지 부쳤던 것이다.극도의 외로움과 어려움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추사에게 그의 우정은 엄청난 위로와 감동을 안겨주었다.추사는 둘 사이의 아름답고 절절한 우정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다. 그것이 바로 너무도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이다.세한도라는 이름은 논어의 구절에서 따 왔다. ‘날씨가 차가워지고 난 후에야 비로서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라고 했던가 ?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모든 나무가 푸르지만, 날씨가 차가워지는 늦가을이 되면 상록수와 활엽수가 확연히 구분되듯 모름지기 친구 관계 또한 자연의 이치와 닮은 구석이 많다는 교훈을 우리는 세한도의 유래에서 배울 수 있다.

‘친구에 대한 고찰’의 각도를 조금 달리하여 살펴보자.
단명하는 사람과 장수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느 기관에서 흡연, 음주, 일하는 스타일, 사회적 지위, 경제 상황, 인간관계 등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조사한 끝에 의외의 진실이 밝혀졌다.담배나 술은 수명과 무관하지는 않았지만 일하는 스타일, 사회적 지위, 경제 상황 등은 그 어느 것도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다고 한다.그런데 오랜 조사 끝에 마침내 밝혀낸 장수하는 사람들의 단 하나의 공통점은 ?놀랍게도 ‘친구의 수’ 였다고 한다.즉, 친구의 수가 적을수록 쉽게 병에 걸리고 일찍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이 많고, 그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스트레스가 줄며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하였다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결론을 내려보자면 친구란 ‘환경이 좋던 나쁘던 늘 함께 있었으면 하는 사람’이며 ‘제반 문제가 생겼을 때 저절로 상담하고 싶어지는 사람’을 말한다.또한 친구란 ‘좋은 소식을 들으면 제일 먼저 알리고 싶은 사람’이며 ‘다른 사람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일도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고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때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면서 ‘쓰러져 있을 때 곁에서 무릎꿇어 일으켜 주는 사람’이다.‘슬플 때 기대어서 울 수 있는 어깨를 가진 사람’이며 ‘내가 울고 있을 때 그의 얼굴에도 몇 가닥의 눈물이 보이는 사람’이요 ‘내가 실수했다 하더라도 조금도 언짢은 표정을 짓지 않는사람’이고 ‘필요에 따라서 언제나 진실된 충고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는 사람’이다.‘나의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들어주는 사람’이며 ‘갖고 있는 작은 물건이라도 즐겁게 나누어 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친구인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친구의 역할은 그 사람의 삶의 수준과 질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 살면서 소유해야할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꼽으라면 ‘건강과 재산과 친구’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 때의 마주침이다.
그런 만남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런 시구가 있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사람한테서 하늘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는가 ?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만이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이런 경험은 없는가 ?
텃밭에서 이슬이 내려앉은 애호박을 보았을 때 친구한테 따서 보내주고 싶은 그런 생각 말이다.
혹은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피어있는 들꽃과 마주쳤을 때 그 아름다움의 설레임을 친구에게 전해주고 싶은 그런 경험은 없는가 ?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의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친구일 것이다.
좋은 친구는 인생에서 가장 큰 보배이니만큼 친구를 통해서 삶의 바탕을 가꾸어야 한다.”
친구란 이유를 갖고 내 곁에서 같이 숨쉬는그 친구가 있어서 힘들어도 내가 하루하루를 살 수 있는 것이고, 나의 오늘이 즐거운 건 우정이라는 뜰에 사는 친구라는 나무가 세상의 따갑고 거센 풍파를 막아주기 때문인 것이다.
이유는
다음은 한 걸음 더 나가서 일반적인 친구의 개념은 아니라 우리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내야 할 대상으로서의 또 다른 친구 이야기를 해본다.
‘탈무드’에 보면 세 친구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날 임금이 사자(使者)를 보내어 어떤 사나이에게 곧 출두하라고 명령을 했다.
그 사람에게는 세 사람의 친구가 있었다.
첫 친구는 대단히 우정이 깊어 평소에는 항상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을 했다.
두 번째 친구는 친하긴 했지만 첫째 친구보다는 조금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 번째 친구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평소에 별반 관심을 갖지는 않았던 사이였다.
임금의 사자(使者)가 왔을 때 그는 겁도 나고 불안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가기로 마음을 먹고 첫째 친구에게 가서 동행을 청했다.
그러나 이 친구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단호히 거절을 했다.
할 수 없이 두 번째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그러자 이 친구는 대궐문 앞까지만 가겠다고 대답했다.
풀이 죽은 그는 별 수 없이 세 번째 친구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세 번째 친구는 뜻밖에도 기쁘게 응하면서 임금에게 잘 말해주겠다고 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임금은 하나님을 가리키고 대궐로의 부름은 죽음을 비유하는 것이다. 즉 인간이 이 땅에서 생명이 끝나 하나님 앞에 설 때 어떤 친구가 동행할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교훈적인 우화이다.
그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첫째 친구는 ‘돈’이다.
서양 속담에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고 했다.
돈은 결코 가져갈 수 없다.
둘째 친구는 ‘친척’을 말한다.
사람이 죽으면 친척들은 대궐문 앞인 무덤까지만 같이 간다.
세 번째 친구는 ‘선행’이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죽은 뒤에도 떨어지지 않고 늘 그와 함께 있는 것이다.
이 친구는 우리가 이 땅의 삶을 끝내고 심판대 앞에 설 때까지 함께 한다.
최후에 남는 것은 돈도 아니고 친척도 아니고 이 땅에서 행한 ‘선한 삶’ 이다.
그런데 우리는 없어질 친구들에게 너무 집착한다.
첫째 친구에게만 관심을 두고 이 친구만 있으면 좋아하고, 이 친구를 위해서 살고, 이 친구 때문에 싸우기도 하며 원수가 되곤 한다.
내가 죽을 때 유일하게 동행할 수 있는 세 번째 친구, 즉 ‘선한 삶’ 이 우리 인생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퇴근길에 가로등 옆 작은 모퉁이를 돌아 한적한 포장마차에서 기울이는 술 한 잔이 더없이 포근하고 아늑할 때가 있다.
아마 잊혀지지 않을 친구와의 정, 즉 우정이란 끈끈함이 함께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화려하고 불빛 찬란한 곳이 아니라 해도 깊고 깊은 마음을 내 놓을 친구가 함께 하기에 소소한 일상조차 기쁘고 행복한 우리들의 삶이 아닐까 싶다.
보여지는 것만이 다는 아니듯이 감추어진 작은 행복들, 값진 보석은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 옆에서 같이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는 귀한 친구들을 생각하는 하루하루, 11월의 하늘이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더 맑고 화창하길 빌어본다.


" 오늘 밤 속으로 그날 밤이 오다 " 詩作 note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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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지문이 닳아 뭉개도록
숨가삐 달려온 계절,
더러는 흰빛 터럭으로서,
또 더러는 이마의 골로 패어
여러 겨울을 보내다
문득 바라본
어느날 밤의 금 간 벽거울에
퀭한 몰골로 선
나 웃다.

뒤돌아 보기도 힘든,
뒤돌아 볼 수도 없는,
뒤돌아 보지도 못하는,
못내 힘겨운 헛트림으로
체신머리도 없이
바들 바들 더듬다가
손에 잡히는
자리끼만 택없이 들이키고
젊은 날로 되도는
타임머신에 올라타
꿈일 망정 신이 나서
불러보는 이름들,

성현 화석 정선 외수 영주 수연 창민 동균...
그네들 다 어디쯤 머물기에
내 홀로 이 밤을 파수보는가.
살얼음 낀 강 가에서
별이 한숨으로 깃내려
물살 나누어가질 때 까지라도
골골대며 찾아 헤매던
우리들의 시지프스 신화,
목 쉰 물귀신
너 댓 부활되어
같이 우겨대던 카타르시스.

간이역 끼고 도는
간현의 그 겨울강은
이 밤에도 살아나와
아련스런 추억의 손짓으로
잠을 깨고 가니
오늘 밤 속으로 그날 밤이 오다.

[ 월급날 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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