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기 (行記) 5편 " 詩作 note

젊었을 적의 시다. 아니다. 아직 어렸을 때라고 하는 편이 더 가깝겠다. 한참 풋풋한 냄새가 피어오르던 청춘의 시절, 20대 초반에 필자는 소위 역마살이라고 불러도 좋은 이상한 취미에 몰입해 있었다. 도무지 어딘가에 머물러 있지를 못하고, 사방팔방 싸돌아다니는 방랑벽을 주체하지 못하여 걸핏하면, 별 준비도 갖추지 않은 채 무작정 목적지도 없는 길을 떠나곤 했다.

허기사 그 시절에는 예컨대 ‘무전여행’이라고 하는 이상한 인심과 풍습이 있어서 객지에 나가도 밥 굶을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었다. 그저 아무데서나 마음 붙이고 며칠씩 머무르면서 허드렛일을 돕기도 하고, 잔심부름으로 용돈 몇 푼씩 얻는 노릇도 참 수월했다. 게다가 필자는 주제넘기는 하지만 자칭타칭 방랑시인이니, 음류가객이니 하면서 스스로의 얼굴에 금칠을 해가며, 기타 하나 달랑 메고 온 천지 안가본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정녕 철 모르고 겁 없던 좌충우돌의 시기였다.

시골 장터나 간이역 광장에서 생목소리로 기타반주에 노래 몇 소절 불러주면 소박하나마 잦은 박수와 함께 탁배기 한 사발에 국밥 곱배기 쯤은 해결할 잔재간도 있던 터라, 한참 공부할 나이에 주체 못할 나그네병이 골수에 맺혀버렸으니 그 살풀이며 액땜 하다보니, 오늘날까지 이토록 고단하게 살게 될 팔자였던 것이고, 조짐은 아마도 그 때부터 솔솔 군불 지폈으리라. 아무튼 그러면서 ‘행기 시리즈’라는 일종의 연작 기행시가 이어지게 되었다. 퍽 여러 편을 지었던 듯 한데, 모두가 한결같이 타처의 낯선 환경이나 여행을 통한 새로운 경험들을 뭉뚱그려서 짧은 시로 반죽했었던 것 같다.

이 시도 그 시리즈의 일환이니 지은 지가 얼추 40여년은 족히 지남직 하다. 돌이켜보니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장터 외곽에서 벌어지는 굿판을 구경하다가 절로 흥에 겨워, 무녀의 춤을 따라서 흉내랍시고 헛손질 몇 수 허청거리다가 핀퉁이를 맞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지은 시다. 그리고 해거름에 억지 떼를 써서 그 무녀와 근처 주막에서 저녁상을 마주했던 기억도 있다. 되도 않는 질문을 주야장창 해대면서 무녀와 굿꾼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던, 치기어린 젊음이 새삼 그리워지다 못해 소름이 돋는다.

지금은 지나버린 세월, 이미 다 흘러버린 시절, 인심도 풍경도 옛 것은 이제 흔적조차 사라지고 새로운 형상들 뿐인 새 풍광이 그 자리를 대신 메꾸어버렸지만, 추억 속에 박혀있는 옛 거리와 옛 사람들에 대한 회상은 지금도 이토록 생생하다. 그래서 요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필자는 그 옛날 방황의 끈을 찾아 가끔씩 운전대를 잡곤 하는가보다. 비록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일망정 필자는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을 살아가고 있음이며, 어쩌면 길지 않을 터이지만 내일도 삶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시골의 여름은 먹거리가 지천이다. 여름 한 철만은 대도시 어디도 부럽지 않다. 온갖 풍성한 과일들이며, 신선한 농작물들이 우리의 밥상과 뒷풀이를 푸짐하게 하니, 어찌 저절로 흥타령 흘러나오는 신선놀음 마다 할 거며, 시절 좋은 팔자타령에 인색할손가? 지금도 강원도 ‘치악산’ 자락의 한 구석 자리에서 자그마한 텃밭을 소일거리로 가꾸고 있기에 몇 가지 채소들은 자급자족을 하는 편이지만, 필자의 떠중이 처지와는 무관하게, 간혹 타지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일종의 특산물을 부탁받으면 자신의 소출이 아닐지라도, 팔 걷어부치고 기꺼이 일당 없는 부역에 나서는 편이다.

일전에도 멀리 사는 친구가 강원도 찰옥수수를 좀 먹고 싶다는 전갈을 해왔기에, 재 너머에서 큰 농사 짓는 후배에게 가서 한 접 구매하다가 택배로 정성스레 보내주기도 했다. 올 해는 유난히 여름비가 잦아서 과일들이 심심하게 익은 편이라, 사실 ‘원주’의 지방 특산물인 복숭아나 자두 등은 그리 권장하지 않았지만, 특별히 올 옥수수는 여간 찰진 게 아니다. 이제는 끝물이라 늦된 일부 품종 제하고는 얼추 수확이 갈무리되었지만 어디 올 해만 날인가?

옥수수는 실은 7,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세계 3대 작물 중의 하나로서 원산지가 ‘안데스산맥’을 중심으로 ‘멕시코’에서 ‘볼리비아’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 세계에서 쌀보다 더 많은 양을 소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6세기경에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예로부터 그 용도가 다양하게 쓰여 ‘식량’ 이외에도 ‘엿기름, 범벅, 묵(올챙이국수), 술’ 등의 원료로 사용했으며, 또한 ‘옥수수 수염’은 ‘이뇨작용’이 뛰어나 한의학에서도 ‘신장병’이나 ‘당뇨병’의 약제로 널리 쓰였다.

쌀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옥수수를 주로 식량 대용으로 재배해 왔는데 1980년대 이후 찰옥수수 품종이 개발되면서 요즘에는 대부분의 농가에서 간식용 풋옥수수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찰옥수수 재배 면적은 대략 1만5,000㏊로 생산량으로 보면 대략 6억개 정도로 추정, 이를 계산해 보면 국민 1인당 1년에 10개 이상을 먹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찰옥수수를 선호하고 있는 국가는 세계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찰옥수수 품종이 개발되기 전에는 그 맛이 떨어져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옥수수를 물에 담가 여기에 ‘사카린’과 ‘소금’을 넣어 푹 삶아서 먹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옥수수연구소’를 비롯한 몇몇 기관에서 품질이 우수한 찰옥수수 품종을 개발, 농가에 보급해 우리 국민은 아주 맛좋은 찰옥수수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옥수수를 익힐 때 아직도 예전 습관대로 물에 담가 삶는 바람에 제 맛을 못 보고 있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고 있다. 요즘 나오는 찰옥수수 품종들은 당도도 높고 찰지기 때문에, 옥수수가 물에 잠기지 않게 채반을 받치고 한소끔 찐 다음, 약불에 뜸을 들인 후 꺼내 먹어야 쫀득쫀득한 찰옥수수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옥수수의 알이 딱딱하게 굳기 전에 수확해 바로 쪄 먹어야 하는데, 수확을 늦게 하거나 수확 후에 오래 두면 성분이 변해 알이 터지고 맛이 없게 된다.

옥수수는 ‘비타민’과 ‘항산화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주곡작물’이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옥수수를 가축 사료용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어, 식량부족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소고기 1㎏을 생산하려면 소에게 7~8㎏의 곡물사료를 먹여야 하니 그 소요량이 어마어마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사료나 공업용으로 매년 1,000만톤 정도의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우리도 건강을 위해 육식을 조금 줄이고, 맛있는 찰옥수수를 간식이 아닌 식량 대용으로 즐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최근에 기능성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새로운 옥수수 품종을 개발하고 있는데 특히, 옥수수 ‘포엽’이나 ‘속대’에 ‘블루베리’보다 수율이 40배나 높은 ‘안토시아닌’ 성분을 함유하는 신품종은 ‘간기능 개선’, ‘식품 첨가물’, ‘의약품 원료’ 등으로 사용이 가능한 새로운 블루오션 작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쩌다보니 농촌지도소에서 나온 새마을 지도자같이 우리 농산물을 선전하는 셈이 되었지만, 어디 우리의 미래 식량에 관한 걱정이 일부 계층만의 근심거리이겠는가? 우리처럼 평범한 서민들도 한 마음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참이다.

기왕지사 식품 관련한 소재로 말문을 열었으니 이어가보자. 현대는 인스탄트 식품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물론 간편하고, 영양분이 함축되어 있다는 이점이 있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제대로 된 식품을 접하기가 어렵거나 가난해서, 할 수 없이 인스탄트 식품을 주식대용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속설이 있듯이, 접촉하는 사람들을 열심히 지원하고 구호활동을 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물론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주변의 작은 관심과 베풂의 손길이, 따스한 온정의 마음들이, 하나씩 둘씩 모여서 공동의 장을 만들고, 이 사회의 소외되고 헐벗은 이웃들에게 사랑의 진심을 전달하고자 하는 기회 마련의 노력들이 절실히 요구된다. 부모님의 이혼 후,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14살 ‘민혁이(가명)’. 친구들은 방학을 맞아 여행 준비에 즐거워하고 있지만 민혁이는 방학이 즐겁지만은 않다.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또래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학교 다닐 때 먹었던 급식도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창 성장할 나이지만, 시력을 잃어가는 할머니는 돈을 벌 수도, 손주를 살뜰히 챙길 수도 없다. 그래서 민혁이는 방학이 되면 급식카드로 저녁을 해결한다. 급식카드 사용이 비교적 편리한 편의점에 가서 인스턴트 음식을 산다.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급식 카드 금액이 정해져 있다 보니 민혁이는 혼자 먹는 것보다 할머니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빵이나 우유, 컵라면이나 삼각 김밥 등으로 한 끼 식사를 대신한다.

정부 보조금만으로 생활해야 하는 형편에, 하루 종일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방학이 민혁이에겐 부담스럽기만 하다. 민혁이와 같이 한창 자랄 나이에 인스턴트 음식으로 식사를 때우는 아이들이 전국에는 너무나도 많다. 이런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자 하는 사회 봉사 단체의 활동도 많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보다 체계적이고 생산적인 활동,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 직접 신속하게 다가설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지금 몇몇 뜻있는 분들과 합심하여 어떤 자그마한 기적을 기획하고 있다. 모쪼록 이 비밀스러운 도모가 잘 싹자라서 풍성한 소출로 결실 맺어지기를 기원하는 바다. 우리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농부들과 우리의 희망인 아이들의 자매결연 관련 구상이 필자의 작심대로 진행되어, 이 사회에 작은 빛이라도 되어지기를 말이다. 소설 ‘대지’의 작가 ‘펄 벅’이 1960년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황혼에 ‘경주’ 시골길을 지나고 있는데, 한 농부가 소달구지를 끌고 가고 있었다.

달구지에는 가벼운 짚단이 조금 실려 있었지만 농부는 자기 지게에 따로 짚단을 지고 있었다.합리적인 서양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상하게 볼 광경이었다. 힘들게 지게에 짐을 따로 지고 갈 게 아니라 달구지에 짐을 싣고 농부도 타고 가면 편했을 것이다. 통역을 통해 펄 벅이 물었다. “왜 소달구지에 짐을 싣지 않고 힘들게 갑니까?” 그러자 농부가 대답했다. “에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저도 일을 했지만, 소도 하루 종일 힘든 일을 했으니 짐을 서로 나누어져야지요.”

펄 벅은 감탄하며 말했다. “나는 저 장면 하나로 한국에서 보고 싶은 걸 다 보았습니다. 농부가 소의 짐을 거들어주는 모습만으로도 한국의 위대함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비록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존귀하게 여겼던 농부처럼 우리는 본디 배려를 잘하는 민족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인 사고로 꽉 차 있지는 않은가? 펄 벅이 만난 시골 농부의 이야기는 배려를 잃어버린 지금 우리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마음을 자극하는 단 하나의 사랑의 명약, 그것은 진심에서 나오는 배려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을 상담해준 한 상담자가 있었다. 상담자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분석해서 정리했다. 보통 사람들이 주로 하는 걱정은 다음과 같았다. 40%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30%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결정에 대한 걱정... 12%는 질병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10%는 장성한 자녀들과 친구들에 대한 걱정... 현재 상황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걱정은 8%였다. 즉, 걱정의 92%는 아무리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지금도 어떤 일로 걱정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는가? 아니면, 일어나지도 않을 어떤 상황에 대해서 머릿속에서 존재하는가?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이는 ‘티베트’의 속담이다. 앉아서 쓸 데없는 걱정이나 하지 말고 작은 실천이라도 좋으니 지금 바로 나서서 행동으로 옮기자. 그 작은 행동들이 모여서 거대한 기적과 역사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질 수 있다.

중국 송나라 학자였던 ‘사마광’의 어릴 적 이야기다. 한 아이가 커다란 항아리에 빠져 살려달라고 외쳤다. 그러자 아이의 다급한 비명을 들은 동네 어른들이 항아리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사다리 가져와라, 밧줄 가져와라, 요란 법석만 떨었다. 그동안 물독에 빠진 아이는 숨이 넘어갈 지경이 되었다. 그 때 사마광이 옆에 있던 돌멩이를 주워들고 커다란 항아리를 깨트려 버렸더니, 물이 흘러나와 아이를 구할 수 있었다.

어른이 되면서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에 대한 순서가 바뀌곤 한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요함의 순서가 바뀌지 않는 무엇인가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돈이 생명보다 중요할 수 없듯이 말이다.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행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올바른 사람의 도리가 생겨날 수 있다. 그 도리들이 서로 만나 합심과 양보로 조화를 이룰 때 건전하고 바람직한 역사가 비로소 빚어지기 시작한다.

‘백년전쟁(1337~1453)’ 당시 ‘영국군’에게 점령당할 위기에 처한 ‘프랑스’의 도시 ‘칼레’는 거센 공격을 막아내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항복을 하고 만다. 그리고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자비를 구하는 ‘칼레시’의 항복사절단. 그러자 에드워드 3세는 항복을 수용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말한다. “좋다. 모든 칼레 시민의 생명을 보장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동안 이어져온 반항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칼레 시민 전체를 대신해 처형당할 대표자 6명을 선정하라는 것이었다.

소식을 전해들은 칼레의 시민 중에 어느 사람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던 순간 한 사람이 일어섰다. 칼레 시의 가장 부유했던 ‘유스타슈 생 피에르’였다. 그의 희생정신에 감격한 고위 관료와 부유층 인사들이 함께 했는데 모두 일곱명이 되었다. 그러자 피에르는 이튿날 가장 나중에 오는 사람이 남기로 하고, 여섯 명이 영국군 진영으로 가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이튿날, 오직 피에르만이 나타나지 않았다.

의아하게 여긴 여섯명의 사람들은 피에르의 집을 찾아갔지만 그는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였다. 살기를 바랄 마음이 모두의 마음 속에 꿈틀거릴 것을 우려한 피에르가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에 남은 여섯 명은 담담한 태도로 교수대로 향했다. 그 순간 영국의 왕비 ‘필라파 드 에노’가 처형을 만류하고 나섰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왕비는 자신의 뱃속 아기에게 사랑을 베푼다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관용을 베풀 것을 왕에게 간청해 결국 풀어주게 되었다.

그로부터 500여 년 후, 칼레시는 용감했던 6인의 시민의 모습을 ‘오귀스트 로댕’에게 청동상을 의뢰해 완성하게 되었다. 사회 고위층이 져야 할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 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진정한 정신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특정 계층에 대한 높은 책임의식만 요구하지 않고 나부터 작은 일에 책임을 다하고 의무를 다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도 가까워질 것이다. 도덕은 선의나 양심이 아닌 일종의 명령, 인간의 의무다.

옛날 어느 나라에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한 마을이 있었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헐뜯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서로 간의 신뢰가 전혀 없었다. 어느 날, 왕이 이 마을을 방문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의 사랑하는 자녀가 할 일이 있어 당분간 이 마을에서 지내게 되었으니 잘 부탁하오.” 자녀가 누구인지 알려달라는 마을 사람들의 간곡한 부탁에도 끝내 왕은 자녀가 몇 살이며, 마을 어느 곳에서 머물지 전혀 밝히지 않고 마을을 떠났다.

그 뒤 마을 사람들은 어느 아이가 왕의 자녀인지, 어느 곳에서 사는지 몰라 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아이에게 친절과 사랑으로 다정하게 대했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다 보니, 어른들끼리도 헐뜯지 않았고 마침내는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1년이 지난 후 왕이 다시 이 마을을 방문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왕에게 말했다. “얼굴도 모르는 자녀분 덕분에 우리 마을이 확 달라졌습니다. 이제 저희에게 누구신지 밝히시고 궁으로 데리고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을 사람들의 말을 들은 왕은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궁전에 잘 있는 자녀들을 어디로 데려간다는 말인가? 내가 이곳에 남겨놓고 간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자녀일세. 그 자녀가 잘 커서 마을을 아름답게 만들었는데 내가 어찌 데려가겠는가!”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이들이 ‘소중한 사람’이고, ‘존귀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우리가 만나는 모두에게 사랑과 친절, 웃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란 소유하는 것이나 받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되는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제 여름의 기운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극렬하던 폭염의 기세도 쇠하기 시작했다. 조만간 밤으로 가을벌레 울기 시작할 게다. 필자의 젊었을 적 길고 먼 ‘방황’의 끝에는 언제나 ‘귀로’라고 부르는 작은 오솔길이 있었다. 그 길이 있었기에 필자는 항상 떠났지만 언제나 돌아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헤매면서도 비교적 착실하게 나이 먹어갔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필자가 이 나이 되면서 느끼는 건 오직 하나다. 평생 찾아 헤맨 진리는 단 하나였다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라.” 가족을, 이웃을, 동료를, 주민들을, 국민들을, 그리고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