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상 " 詩作 note

옛 기억록을 뒤적이다가 정녕 오랜만에 다시 만난 시다. 물경 마흔 해도 더 묵은 시이니, 창창하던 시절에 끄적인 ‘젊은 시’인 셈이다. 단어도 투박하고 내용은 절제를 몰라 뒤죽박죽이지만 읽다보니 새록이 솟아나는 상념이 있다. 어쩌면 이처럼 아주 젊은 시절에 막연한 상상으로 바라본 노인의 모습이 현재의 필자가 처해진 현실의 얼굴과 똑같은 모습으로 투영될 수 있었을까? 신기하고도 서글프다. 거부할 수 없는 세월의 폭압에 항거하는 느낌으로 하루날들을 살아내고는 있지만 실상 하루씩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거라는, 감추인 진실을 실감하는 이즈막,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친 비망록을 가슴에 묻으며 새벽잠을 깬다.

오늘은 과연 어떤 일정으로 남겨진 삶의 페이지를 메꾸어갈까? 먼 훗날, 아니지, 가까운 언제일지 모르는 그날, 대단원의 막을 닫으면서 목하 이승과의 작별이라는 명제 앞에 섰을 때, 정작 이루지 못한 결실에 대한 미련과 후회로 한없이 초라하고 억울한 삶이었노라, 이런 회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차마 눈도 감지 못한 채 떠나고 싶지는 않아서, 안간 힘을 쓰는 필자의 이 가상한 노력을 남들은 무어라고 부를까? 혹여 보기 흉한 집착이나 위선적인 집념으로 간주하여 손가락질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되도 않는 가상의 미래를 그리는 허무맹랑한 부덕의 소치라고 비웃는 건 아닐까? 잠은 깼으되 벌떡 일어나지 못하는 망설임이 진하게 묻어나는 오늘도 필자의 고해는 시작되고 있다.

노인이라는 이름. 살만큼 살아서, 볼장 다 보았으니 이제는 쉬어야 할 나이, 처절한 생존경쟁의 시장에서 탈락하여 안식과 피난을 추구하는 단계, 그리고 그렇게 남은 여생을 정리하며 대미를 장식하라는 천명에 순응하는 것이 당연한 진리인, 빼도 박도 못하고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모든 미래지향적인 것들은 일절 손에서 놓아야 하는 이름. 노인의 명함 속에 가려진 게 정작 다른 아무 것도 아니고 오로지 그것 뿐인 거라면, 지금 그 대열에 서버린 필자의 눈에 펼쳐지고 있는 이 세상은 참으로 가련하고 가없이 허망타.

‘노인’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그냥 단순히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을 지칭한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맥없이 나이가 들어서 저절로 늙은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다 표현했다 할 수 있는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 그 속에 함축되어 있는 수많은 의미와 깊은 지혜를 어찌 가벼이 간과한단 말인가? 오랜 세월의 경륜과 축적된 지식이 바로 오늘의 세상을 창조해낸 원동력이었고, 오늘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잉태하고 세상 구경시킨 장본인들이었거늘, 옛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오래 된 진리를 가벼이 여기는 세태가 사뭇 한탄스럽다.

바라기에는 세대 차이를 구태여 거론하면서 금을 그으려 하지 말고, 실버 운운하면서 제껴놓으려 들지 말고, 어울려 화합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손 잡고 나아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어린이에서 젊은이로 성장하는 것이 금방인 것처럼, 젊은이에서 늙은이로 변해가는 것도 역시 촌음인 것을 진솔하게 자각하고, 더불어 공생하는 노력과 의지가 무척 목 마르고, 허기진 듯 고파온다. 오늘도 필자가 습관처럼 지하철을 타고 일상으로 나설 제, 부디 젊은이들이 자리를 양보하는 만행을 행하지 말아주기를 간절히 원한다. 비록 겉모습으로는 머리 거의 다 벗겨지고 남은 몇 올조차 하얗게 탈색했지만, 보시게들! 이 불끈한 근육을. 필자는 안즉도 청춘인 게야. 이제사 겨우 예순 고개 반절로 꺾어졌거늘...

다시 배운다는 자세로 인간관계도 재정립하고, 사회생활의 기본 예절부터 착실하게 다져가면서, 오늘이 내 생애에서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확신으로 힘차게 걸음 내디디면, 그게 바로 청춘의 표상이며 혈기의 발출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오늘을 사는 한 오늘의 필자는 필경 노인 아니고 젊은이다. 많은 이웃들의 격려와 칭찬의 목소리를 기대하며 따사한 봄 햇살을 느끼는 아침이다.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에서 우리에게 들려오는 칭찬의 소리는 즐겨하지만, 책망하는 소리라면 그것을 받기는 해도,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나 지나친 칭찬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시련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 덫에 걸려들 수 있다. 사실 책망의 소리는 아무나 듣는 것이 아니다. 지금 잘 나가고 있는 사람에게 책망을 했다가는 오히려 그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목소리 뿐만 아니라 여러 모양으로도 책망의 소리가 들려온다. 예기치 않은 어떤 연유로 해서 재물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건강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책망의 소리를 들음으로 해서 사람은 더욱 겸손해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어떤 책망의 소리가 나에게 들려지고 있는가? 책망의 소리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책망의 소리가 지금은 쓰고 아프지만 그 소리가 나를 바르게 세우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작고 소소한 이런 진리들이 긴 일생의 인격 형성을 좌우한다. 사람들은 때로는 쉽게 해답이 나오는 문제를 너무나도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도 그 경우 중의 하나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 그것이 의미 있는 사람을 사귀는 시작이자 종착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듣는 방식’은 Hear가 아니라 Listen이다. Hear는 상대방이 말하는 것이 들리기 때문에 듣는다는 의미이고, Listen은 상대방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워 귀 기울여 듣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누구든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이 상대방에게 깊은 감명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자신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순간부터 우리는 상대방에게 색다른 사람이 된다. 그런 우리를 보면서 상대방은 ‘아! 이 사람이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 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더 이상 타인이 아닌 의미 있는 존재로 자리매김 되기 때문이다. 풀과 나무들은 저마다 자기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그 누구도 닮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 풀이 지닌 특성과 그 나무가 지닌 특성을 마음껏 드러내면서 눈부신 조화를 이루고 있다. 풀과 나무들은 있는 그대로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생명의 신비를 꽃피운다.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신들의 분수에 맞도록 열어 보인다. 옛 스승 ‘임제 선사’는 이렇게 말한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러면 그가 서 있는 자리마다 향기로운 꽃이 피어나리라.”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되고,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피면 된다.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 억지로 꾸미려 하지 말자. 아름다움이란 꾸며서 되는 것이 아니다. 본래 모습 그대로가 그 만이 지닌 그 특성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사람의 일생은 기쁨과 슬픔을 경위로 하여 짜 가는 한 조각의 비단일 것 같다. 기쁨만으로 일생을 보내는 사람도 없고 슬픔만으로 평생을 지내는 사람도 없다. 기쁘기만 한 듯이 보이는 사람의 흉중에도 슬픔이 깃들이며, 슬프게만 보이는 사람의 눈에도 기쁜 웃음이 빛날 때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기쁘다 해서 그것에만 도취될 것도 아니며, 슬프다 해서 절망만 일삼을 것도 아니다. 적지 않은 세월 살아오면서, 때론 희비가 엇갈리는 때도 있었고, 또 때론 엎친 데 덮친다는 말이 걸맞게 한꺼번에 어려운 일이 닥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내고 보니, 그 당시에는 힘 겨웠을지라도 돌아보면 그 시절 또한 삶의 일부이며, 어렵던 시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지금 삶의 만족도가 더 높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거저 주어지는 고난은 없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고난으로 인한 더 나은 삶이 내일 우리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잊지 않고 기꺼이 삶을 누리고 즐기는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패배와 절망의 연결고리나 실패와 실망의 연결고리는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늘 겪게 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패배와 실패를 겪고 난 후 기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허나 그것들이 비록 기뻐해야 할 것은 아니어도 우리는 그것들에 때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만 한다. 알다시피 비 오지 않은 후에는 찬란한 무지개가 뜨지 않고, 잎의 헌신 없이는 탐스러운 열매가 맺히지 않으니까 말이다.

링컨은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후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걷는 길은 언제나 험하고 미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미끄러져 길 밖으로 곤두박질치곤 했다. 그러나 나는 곧바로 기운을 차리고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길이 약간 미끄러울 뿐이지 낭떠러지는 아냐.” 일어서자. 우리의 숨이 붙어 있는 한 절망의 낭떠러지는 없다. 희망은 우리에게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가르치고, 절망은 우리에게 만사가 곤란하다고 가르친다는 걸 명심하도록 하자.

허세와 허영, 그리고 허욕 따위를 왜 거짓이라고 하는지 아는가? 그것들은 모두 알맞지 않는 까닭이다. 무엇을 안다고 뽐내는 사람은 조금 알고 있을 뿐, 충분히 알지 못한 증거다. 잘 모르면 어렵게 말하고, 잘 알면 쉽게 말한다. 쉬운 것을 어렵게 둘러치는 서툰 까닭이다. 원숭이는 사다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무를 타는 기술이 능숙한 까닭이다. 산새는 앉을 나뭇가지를 고르지 않는다. 어느 가지에나 앉을 줄 알기 때문이다. 서툴면 억지를 부리고, 쉬운 길을 두고 가파른 길로 어렵게 산다.

그러나 어렵던 것도 잘 터득하고 나면 쉽게 된다. 인생에는 어려움과 쉬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상한 짓을 해서 남의 눈을 홀리게 꾀를 부릴 것이 없고, 자랑할 것도 없다. 알맞은 것은 언제나 그냥 본연(本然)이다. 꾸미지 않고 숨기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본연이다. 본연보다 알맞은 것은 없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작은 어항 속에 금붕어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어항 속에 단 둘이만 살고 있을 뿐이었으니 서로 의지하면서 사이좋게 살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들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서로를 미워하면서 툭하면 서로 싸웠다. 서로 간에 세력 다툼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싸웠다. 죽기를 각오하고 서로 물고 뜯었다. 그 중에서 많이 다친 금붕어는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며칠 못 가서 죽고 말았다. 살아남은 한 마리는 승리의 쾌재를 불렀다. 이제는 자기 혼자 마음껏 어항 속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 그렇게나 속이 시원할 수가 없었다. 그 동안 자기를 괴롭히던 존재가 사라졌으니까 온 세상이 다 자기 것인 양 신이 났다.

그러나 며칠 못 가서 그 금붕어도 죽고 말았다. 죽은 물고기가 악취를 내면서 몸이 썩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썩은 물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은 살아 남은 금붕어도 죽은 금붕어의 뒤를 따르고 만 것이다. 사람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우리 또한 혼자 살 수가 없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다. 누구나 서로 도와 가면서 살아야 한다. 익히 아는 이야기지만, 한자의 ‘사람 인(人)’을 생각해 보자. 서로가 서로를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 아닌가?

서로 떠받치는 상황에서 한 사람이 그만 그것을 회피하거나 벗어나려고 한다면 자신도 바르게 설 수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타인을 위해 더 존중하고 위하는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자세를 가질 때 그 사람은 참다운 이웃이 된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위로하며 격려하고, 세워주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장작이 따로 떨어져 있으면 화력을 낼 수 없지만, 함께 포개어지면 큰 화력을 낼 수 있듯이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받쳐주고, 더욱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해준다면 결과적으로 함께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바람은 소리가 없다. 그런데 누군가를 만났을 때 비로소 소리가 된다. 소나무를 만나면 솔바람 소리가 되고, 풍경을 만나면 풍경 소리가 된다. 큰 구멍을 만나면 큰 소리가 되고, 작은 구멍을 만나면 작은 소리가 된다. 사람의 삶은 마치 바람과 같다. 그래서 그런 건지, 세월이 찢고 나간 가슴은 바람이 없어도 소리가 난다. 그곳엔 아예 길이 나 있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그 길로 가고, 또 다른 이도 그 길로 지나간다. 되돌아오는 길은 아주 멀리 있는, 피딱지 엉겨 붙은, 스스로가 그린 그 길엔 바람 없이도 늘 소리가 난다.

우리의 가슴은 무엇이 담기느냐에 따라서 심장의 소리가 달라진다. 사랑을 담으면 사랑의 소리로, 슬픔을 담으면 슬픔의 소리로 그 가슴에 아예 길이 난다고 한다. 긴 시간을 살아가노라면 세월이 찢고 나가버린 아픈 길이 생겨나서, 누군가는 예기치 않게 그 길로 먼저 가고, 그리고 하나 둘씩, 이윽고 종국에는 모두가 운명처럼 그 길로 간다. 길이 되어버린 가슴엔 바람이 없어도 슬픈 소리가 난다. 애절한 가슴의 길, 되돌아올 수 있는 길이 아니기에 바람이 누군가 만났을 때 비로소 소리가 나듯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만나게 되면 무슨 소리가 날까?

누군가 자신을 연주해 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 우리 스스로 악사가 되어야 한다. 남이 하는 대로 따라서 소리를 내는 인생은 불행하다. 자기를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을 기다리지 말자. 스스로 자기 인생을 연주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쨍’소리가 나도록 튕겨주어야 한다. 더 이상 사랑과 행복을 구걸하지 말자. 우리는 날마다 꺼내 써도 끝이 없는 사랑의 은행을 가지고 있다. 언제든지 필요할 때 꺼내 쓰기만 하면 된다. 그 은행은 영원히 부도가 날 일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종종 자기 통장의 잔고가 바닥이라도 난 듯이 늘 남의 사랑을 뺏거나 얻어오려고 애쓴다.

행복의 원천이 자기 안에 있지 않으면 항상 무엇인가에 연연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의존해서 행복을 느끼려 하는 것은 사막에서 신기루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다가가면 사라져 없어지고 마는 허무한 물거품처럼 말이다. 의존했던 이가 멀어진다거나 환경이 달라진다거나, 그러면 행복이라 여겼던 것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버린다. 그래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행복의 조건은 ‘스스로 행복해지기’다. 스스로 행복하다는 것은 내 안에 고갈되지 않는 오아시스 하나를 갖는 일이다.

한 사람이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 가지고 있던 식량도 다 떨어졌다. 강렬한 태양빛에 사흘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그는 살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끝없이 걸었다. 마침내 사막 한가운데서 작은 오아시스를 발견하여 급히 물을 마시고 나니 주위에 몇 개의 천막들이 보였다.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도 있었다. 그는 혹시 사람들이 먹다 남은 음식 조각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주머니 하나를 발견했다. 얼른 그것을 만져보니 손에 작은 알맹이들이 만져졌다. ‘치즈나 초콜릿이나 빵 부스러기일 것이다.’라고 생각한 그는 정신없이 주머니를 열었다.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속에 있는 것을 한 움큼 꺼내 보았다. 그것들은 값비싼 진주알이었다. 그는 손에 한 움큼 쥐었던 진주들을 사방에 던져 뿌리며 절규했다. “이것이 빵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겨우 진주란 말인가?” 그리고 그 사람은 사막에 누워 죽어갔다.

사막에서 목숨이 다급할 때는 아무리 값진 보석도 필요 없다. 500원짜리 생수 한 병만 살 수 있다면 모든 재산을 다 주어도 살 것이다. 우리에게 아무리 불행과 재난이 연속되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생명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감사할 조건이 된다. 비록 나이 들어 이미 늙어진 노인의 삶이라고 해도 마땅히 최고로 감사할 일이다. 아니다. 오히려 노인의 삶이라서, 노인의 삶이기에 가질 수 있는 충분한 여유와 깊은 깨달음이 있어서 더욱 감사할 기적이 있다. 그래서 기쁘고 행복할 가치가 충분하다. 오늘도 기쁨 넘치는 하루로 살고, 행복한 삶의 이름으로 그 하루를 마무리 하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