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마치
끼니 거르지 않는 식사같은 것,
때가 되면 세상 움켜쥐고는
더럽고 깨끗한 것을
한꺼번에 삼켜버리지

그 안에서 그것들
어떻게 소화가 되던
어둠이 알 바는 아니야

모든 외침은 진동으로 돌다가
가슴에서 여운으로 저물지만,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는 서러움은
그 가슴으로 침수되어 종내는
지울 수 없는 멍으로 굳어지지

그러다가 날이 밝으면
별은 저절로 지고 말거든,
억지로 새벽을 끌고 올 수는 없어서
다만 나는 기다릴 뿐
시간은 한 올씩 밤을 엮어
새벽을 다듬고 있으니

그래도 추억은 마치 별과 같아서
평소엔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 그늘이 지고
누리 하냥 어두워질 때면
언제나 웃으며 나타나서
나를 위로해주곤 해

타오르는 불을 보면 가끔
그 안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그건 아마도
그만큼 생각이 많다는 뜻일 거야,
번뇌를 불태워버리고 싶다는

글쎄,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토록 번뇌하게 하는 걸까?

격한 격류는
늘 깊은 곳에서는
여울목처럼 돌았다가
천천히 실개천으로 풀어지며 흩어져

그처럼 눈을 타고 흘러든 물기
가슴을 적시면서
다시 머리로 흘러 고여들지만
언제나 나는 감정 부둥켜 안고 있을 뿐

다시 올려다 본 하늘엔
어느 새 제법 밝은 달
작은 구름 품고 밝고 밝게 떠 있는데
바람이 꿈틀거려 지나치면서
구름 풀어헤치네

꿈은 길기도 길어서
하마 새벽이거늘,
내 마음에 뜬 질긴 응어리도
구름 풀리듯 풀릴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