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본의 아니게
엉겁결에 올려다 본
한 여름 태양,
강렬히 이글거리는

참 신기한 일이야

둥글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작 두 눈 똑바로
마주할 수 없기에
단 한 번도
제대로는 본 적 없는 태양

둥글다는 것 조차
통속의 관념에 지나지 않아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고

나는 태양이 싫어

겨우 하늘 한 자락
차지하고 있을 뿐이면서
마치 하늘 지배자인 양
고고한 척
거들먹대는 꼴이
여간 보기 싫지를 않거든

그렇다고 불도 아닌 것이

불이란
주변의 것을 태우지 못하는 한
자신의 불씨만을 태우고
수그러들기 마련이지만
비양심적인 태양은
그냥 제 멋대로 뜨고는지지

세상 인심
벼려진 날 세워 대들고
인연에게도 어슷 썰리어
피 철철 흘리던
내 심장
눈물 줄줄 솟아나던
내 혼백

그간 잡아먹은 세월 만큼
잘도 여물어
이윽고 잠 잘 시간이건만
무심한 태양 빛이
안즉 이리도 밝으니,
지겨워라
지겨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