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할 말을 잃어
허공과 눈싸움하는 새벽

가을 갈무리하는 단비
기습처럼 내리기 시작한 첫새벽,
밤종일 뒤덮은 사람의 감정편린
비에 녹아 흘러내리는 신새벽,
괴이한 상념 무서리로 녹아
끈적이는 내 이루는 꼭두새벽,

우린 비로소 기다림이라는 언덕에 오른다

추억이 어깨 걸려
대지에 내려앉은 지도 한참
맑은 밤하늘에 징그러울만치
많은 별 박혀있던
그날 그 새벽 잊지 못해

아직도 집에 안들어가고 방황하며
놀란 가슴 달래는 새벽별 두서넛,
새벽비 이미 내리는 걸 모르니
껌뻑껌뻑 어슬렁거리다가
결국 길 잃고 말았구나,
내 그럴 줄 알았지

돌부리 툭툭 튀어나온 길가에서
당최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우리들의 내일이
기다림이라는 지고지순한 순정
열렬히 부둥켜안고
대낮인 양 굉음으로 길 밝히면

우린 그제사 반가움이라는 언덕위에 선다

기기묘묘한 기다림과
허무맹랑한 반가움이
다시 만나 쌓인 정 풀어놓으면
우리들의 새벽에 웃음으로 싹 자랄
또 하나의 해후가 줄을 잇대어
여문 씨 톡톡 발리면서 하염없는 길 간다